<천자칼럼> 학술원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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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영국 런던에서는 왕립학술원 주최로 인터넷과 영어의 상관관계를 알아보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여기에서는 "영어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영어의 미래는?" 등등이 주제로 올라 흥미있는 의견들이 개진됐다.
시류에 맞는 사안에 권위 있는 왕립학술원이 나선 한 예다.
전문지식을 일반에 쉽게 전달할 경우에도 학술원 회원들이 나서는데,과학문제를 다루는 '크리스마스 강연회'에 강연자로 초청받는 것을 아직도 가장 큰 영예로 여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한림원 아카데미 등 이름은 다르지만 학술원의 성격을 갖는 기관이 있다.
당대 최고의 석학들이 모여 시대상황에 따른 문화적·사상적 기초를 세우고 정의하고 과학의 발전을 꾀하는 곳이다.
선진국일수록 학술원의 권능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구 소련의 막강했던 힘의 원천도 바로 학술원이었다.
그러나 체제붕괴 후 물리 화학 생물학자들이 대거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지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러시아학술원은 크게 흔들리면서 국가경쟁력이 위협을 받을 지경이라고 한다.
1954년 설립된 대한민국학술원이 개원 50주년을 맞았다.
학술원은 12일부터 기념학술대회를 열고,학술원의 역할 및 모든 학문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인데 당면한 과제로 회원들의 고령화와 종신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로 인해 회원 자신의 위상은 물론 자기 학문분야의 선도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에도 문제가 따른다는 것이다.
외국의 학술원처럼 우수한 외국학자를 회원으로 가입시킬 수 있는 법개정도 현안으로 얘기되고 있다.
이들의 두뇌를 활용하고 우리 학자들의 연구업적을 알리는 데는 외국학자들이 적격이라고 한다.
학술원은 설립선언문에서 "민족문화 재건과 함께 그 구체적인 실천안을 마련하고,학문의 자유와 독창성을 발휘하며,여러 선진국의 학술원과 긴밀한 연락을 취해 우리 학계의 후진성을 극복한다"고 천명했다.
학술발전에 크나 큰 업적을 인정받아 회원으로 추대된 석학들이 선언문의 정신을 계속 이어가면서 더 큰 족적을 남기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후학들의 배려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