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에너지로 살아간다. 에너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자원의 전쟁 속에 에너지는 우리의 생존 수단일 뿐만 아니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우리는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에너지와는 무관한 것 같은 생활에 젖어 있을 때가 너무나 많다. 그동안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에너지절약 문제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듯하다가도 흐지부지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결과 우리는 아직까지도 추상적인 에너지 절약 운동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에너지수요 증가를 비롯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 등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3차 오일쇼크라는 위기의식에서 정부는 또다시 임기응변식의 차량 10부제 운영 등 미온적인 소비절약 운동을 실시하고 있으며,또 2단계의 에너지 소비 절약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과거와 같은 대책이라면 별 효과가 없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에너지 절약 운동도 좋지만 진정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근본 대책은 무엇인가. 먼저 우리의 낮은 에너지 사용 효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01년 기준 일본의 GDP는 4조1천4백14억달러로 우리의 4천2백22억달러에 비해 9.8배인데도 1차 에너지 총 소비량은 우리의 1억9천5백90만TOE(석유로 환산한 t단위)의 2.63배에 달하는 5억1천4백50만TOE만을 사용했다는 사실에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결과로 볼 때 우리의 에너지 사용 효율은 일본의 27%에 미칠 뿐이며,독일의 39%,프랑스의 42%,미국의 48% 수준이다. 에너지 사용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낮은 효율이다. 만약 우리가 70년대 오일 쇼크 때부터 에너지 사용 효율 증진 대책을 마련하고 강도 높게 추진했다면 지금은 에너지 사용 선진국이 되었음은 물론 그동안 국가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모두가 우리의 근시안적 에너지 정책이 가져온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에너지 빈국으로 지금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길은 추상적인 절약 운동도 좋지만 먼저 우리의 낮은 에너지 사용 효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단계별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일이다. 건물의 에너지 절약만 보더라도 우리는 초보적인 부위별 단열 두께를 통한 에너지 절약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선진국들은 이미 건물 전체 열 성능을 통한 차원이 다른 에너지 절약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물의 다양한 열손실 요소로 볼 때 현재 우리의 부위별 단열 두께 규정만으로는 결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없을 것이다. 이 사실을 통해 볼 때 어느 한 부문의 추상적인 절약보다는 전체를 통한 절약 방법이 진정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길이며 결과적으로도 엔트로피(Entropy) 증가를 억제하는 방법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선진국들은 에너지 효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도 더 강도 높은 에너지 절약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 절약은 위기 때만 하는 것이 아니고 평소 생활 문화 속에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에너지의식이 투철한 사람에게는 '개인 에너지 인증제'를 실시해 에너지사용 업소를 이용할 때 할인혜택을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분명 국가 전체로 본다면 확실한 절약효과가 있을 뿐더러 엔트로피 증가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에너지 절약 시책은 마치 '깨진 독에 물을 절약해 부으라는 운동'과도 같다. 깨진 독에 물을 절약해 부어서는 결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없다. 지금이라도 추상적인 절약 운동도 좋지만 먼저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과 정책을 마련하고 여기에 문화가 가미되는 절약 운동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강도 높게 전개할 때 진정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