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5일간 제주도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연차총회가 열린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70개국에서 3천5백여명의 각국 정부대표 및 전문 금융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렇게 많은 인사가 참여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아직 탄핵정국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한국과 한국경제의 가능성에 대한 해외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 역시 이번 기회를 계기로 금융허브를 핵심으로 한 동북아 경제중심지 건설노력에 다시 박차를 가하는 것이 좋겠다. 동북아 경제중심지 전략에서는 무엇보다도 금융허브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뉴욕 런던 홍콩 등 다른 경제중심지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금융거래가 선진화되기 전에는 결코 경제중심지가 될 수 없다. 금융선진화란 바로 우리 국내의 모든 금융거래를 국제기준에 따라 처리함으로써 금융분야에서도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자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가 고부가가치의 지식기반서비스산업으로 전환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를 조속히 금융허브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자산관리,보험,주식,파생상품 등 몇 가지 분야의 특화를 고려할 수 있으나 그 중 가장 우선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분야가 바로 채권시장이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장기채권시장이 발전돼 있지 못하다 보니 우리 기업들은 국내 단기자금에 의존하거나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신용도 부족 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서조차 단기자금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또한 국내 투자자들도 국내의 안정적인 장기투자수단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해외에서 투자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과 투자자들은 필요이상으로 세계 경기변동에 따른 충격과 환율변동에 노출돼 왔다. 뿐만 아니라 국내 장기채권시장이 발전되지 못하다 보니 그것을 필요로 하는 국내 연금 및 보험업도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바로 이같은 고려에 따라 재경부도 채권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재경부는 작년에 모든 정부기관의 채권을 국채로 통합하고 그 만기도 20년 내지 30년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채권시장을 심화시키고 보다 많은 유동성을 공급해줄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 기준이 되는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을 제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 더해 정부는 다음 몇가지 노력을 추가해야 한다. 첫째,현재까지는 국내기업만 원화표시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제는 신용만 있다면 외국기업도 원화표시채권을 국내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원화표시채권을 발행토록 하려면 그들의 신용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필요한데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외국기업의 경우 국내 신용평가사에 의한 평가뿐 아니라 외국 신용평가사에 의한 평가도 같이 받게 하면 해결될 수 있다. 셋째,채권수익배당에 대한 현재의 원천과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채권이자에 대해 원천세를 부과하는 나라도 거의 없거니와 이와 같은 제도로 인해 국내의 외국 투자가들은 원천과세가 없는 국내 채권선물시장을 선호하게 되고 그 결과 채권선물시장의 변동성을 더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국내 금융시장 전체의 변동성과 위험성을 가중시킨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채권시장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그간 정부는 채권시장이 조금만 요동쳐도 거침없이 간섭하는 경향을 보여왔는데 이래서는 채권시장이 왜곡되기만 할 뿐 제대로 육성될 수 없다. 재경부가 이미 추진 중인 정책 외에 이상의 조치들을 추가로 추진하게 되면 국내 채권시장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고 우리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정부와 모든 국민이 바라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도 앞당길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