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10일 국제 유가 급등,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 중국의 긴축 정책 선회 등 3대 악재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과 채권 금리가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종합주가지수가 6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며 800선에 이어 790선도 힘없이 무너지자 현 시점에서 바닥을 점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해외 악재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의 회복 흐름이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수출선 다변화와 함께 기업의 투자 분위기 조성 등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금융연구원 박재하 거시금융팀장 중국의 긴축 정책 전환 움직임과 유가 급등 등 대외 요인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주고 있다. 중국 경제가 연착륙을 하고 유가가 방향을 제대로 잡으면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될 것으로 생각하며 구조적인 요인으로 보기는 다소 이른 감이있다. 중국 일변도의 수출을 줄이는 한편 경제 여건이 나아지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 대한 수출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대외적인 불안 요인이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계 부채, 신용불량자 문제 등 대내적인 문제도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 부연구위원 증시 하락의 원인은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부정적 생각보다는 미국의 금리인상 조짐, 중국의 긴축 정책 등에 따른 투자 자금의 재배분 차원으로 봐야하며 외환위기 때처럼 대규모 자본 유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금리와 고유가, 중국 요인 등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대외 요인에 따른 것이라 정부가 딱히 취할 수단이 없는데다 외부 요인을 지나치게 크게 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중국 긴축 정책의 경우 수출에 일부 부정적이긴 하지만 중국도 해안과 내륙간 경기 격차가 극심해 중국 정부가 전면적 긴축정책을 쓰기는 어렵다. 미국의 금리인상 역시 경기 회복시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이므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유가 급등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재고 부족, 중동의 정정 불안에 따른 투기자금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며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같은 요인을 감안할 때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 목표인 5%대 초중반을 4%대로 크게 내려잡을 정도는 아니며 기껏해야 0.5%포인트 정도의 하락 요인에 그칠 것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경기 회복 기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 대외 환경의 악화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증시의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있어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국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CE)가 감산에 나선 2002년보다 높은 수준에 있지만 우리나라의 수출이 잘돼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 때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유가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당긴다면 세계 경제는 하반기에 둔화될 수 밖에 없고 수출 하나로 경기를 지탱하는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외 악재에 대처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대내적으로 수출과 투자, 소비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복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생산성을 웃도는 고임임문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 문제, 세제 및 금융 지원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 중국 쇼크, 유가 급등, 미국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이어 환율마저 급등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수세가 실종된 게 증시의 취약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상승추세가 끝났느냐는 것인데 아직은 그렇다고 단언할 상황은 아니다. 환율, 유가, 중국 부분도 중요하지만 주가의 향방을 가늠짓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선진국의 경제회복 여부다. 선진국 경제회복 기대감이 여전한 만큼 지금은 조정 장세의 진행으로 보는 것이 맞다. 다만 지금은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는 장세인 만큼 바닥을 점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교보증권 임송학 이사 지난 주말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와 6월 금리 인상설이 유력해지면서 미국 증시가 크게 떨어진 것이 국내 증시의 폭락 원인이다. `달러 강세-금리 인상'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동안 채권시장과 신흥시장에 몰려있던 투기적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자금 유출은 헤지펀드에서 시작돼 뮤추얼펀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1년 넘게 지속된 유동성 장세는 막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하며 한국처럼 국내의 매수 주체가 없고 프로그램 매입 물량도 목까지 찬 상황에서는 더욱 힘겨운 장세가 예상된다. 대외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115엔 수준에서 안정을 찾고 국내적으로 이번 주말에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면 반등에 나설수도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하반기에 종합주가지수가 700선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으며 800~850선 이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 미 증시의 영향으로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내부적으로 삼성전자의 자사수 매입이 끝난데다 차익거래 펀드의 매수여력이 한계에 달하는 등 수급 상황이 좋지 않다. 실제 경제 상황보다 다소 증시가 과민하게 반응해 투매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이런 현상이 몇번 더 반복될 경우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투자자들의 심리적 요인에 폭락 장세가 또 연출될 수 있다. 현재로선 기술적 분석이 불가능한 상황인만큼 추가 하락의 폭이나 기간을 예상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3.4분기 기업 실적이 2.4분기 보다 좋을 것으로 예상딤으로 3.4분기 실적 모멘텀이 부각되기까지 향후 몇달간은 주가의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재경.금융.증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