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으로 마구 때리고, 욕하고, 부모님께 원조교제 사실을 알린다고 협박하고...정말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박모(18)양은 선배의 폭력과 협박에 못이겨 매일 밤 낯선 남자들과 만나 원조교제를 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고교 1학년을 다니다 자퇴한 박양은 지난해 3월 한 친구로부터 이모(19)양을 소개받았고 이양을 '언니'라고 부르며 함께 시내에서 술을 마시는 등 어울려다녔다. 그러나 이양은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친구를 만났다'는 이유로 박양의 뺨을 수차례 때리더니 그 뒤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발과 주먹 또는 둔기를 이용해 박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박양은 지난해 3월 중순 "남자들을 만나 원조교제를 하고 대금을 반으로 나누자"는 이양의 제안을 거절했다가 폭언을 들은 뒤 맞는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자들과 원조교제를 시작했다. 이 때부터 박양은 아예 집을 나와 인터넷이 되는 모텔 등에서 생활하다 채팅을 통해 원조교제 상대를 물색한 뒤 약속장소에 나갔으나 선불로 받은 화 10만-15만원은 이양에게 빼앗기고 남자들과 성관계를 가져야 했다. 박양은 "어떨 땐 하루에 4-5명의 남자도 만났는데 운이 좋은 날은 언니가 돈을 받은 뒤 사라지면 상대방 남자에게 '강제로 끌려나왔다'고 울면서 매달려 성관계를 피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4-5월 두달간 130여명을 만났는데 실제로 성관계를 가진 사람은 40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같은 방법으로 이양이 가로챈 화대는 1천300여만원에 달했으며 박양에게 옷을 빌려주거나 화장품을 빌려준 뒤 현금으로 갚도록 차용증을 쓰는 수법으로 230만원의 빚까지 만들어낸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박양은 "언니가 밤새 채팅으로 원조교제할 남자를 찾으라고 시켰는데 몰래 화장실에 숨어서 졸다가 혼나기도 했다"며 "조금이라도 늦게 돌아오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등 용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양은 작년 6월 이양으로부터 탈출하는데 성공했으나 지난 2일 친구를 만나는 자리에서 또다시 이양과 마주치는 바람에 붙들려 원조교제에 나섰다 박양의 사정을 들은 원조교제 상대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양의 `마각'은 꼬리를 잡혔다. 조사 결과 이양은 박양 뿐만 아니라 또다른 박모(19)양에게도 폭력을 휘둘러 10여차례에 걸쳐 원조교제를 시킨 것으로 드러나 대전중부경찰서에 의해 7일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양은 "언니와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다"며 "이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 과거는 모두 잊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등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