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기업집단인 미쓰비시그룹이 1870년 창업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데다 합작선인 독일 다임러크라이슬러사의 증자 참여 거부로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게다가 상용차를 생산하는 또다른 계열사인 미쓰비시푸조는 2002년 발생한 차체 결함 은폐 사건과 관련, 당시 회장 등 7명의 임직원이 지난 6일 체포돼, 그룹 신뢰도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이번 사건으로 미쓰비시그룹 지원 아래 경영재건을 추진 중인 미쓰비시자동차의 정상화 일정도 차질이 예상된다.



<> 미쓰비시자동차 정상화 차질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증자 참여 거부를 밝힌 후 미쓰비시그룹은 도쿄미쓰비시은행 미쓰비시중공업 미쓰비시상사를 중심으로 5천억엔 가량을 증자하고, 감자 및 채무의 주식전환을 통해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타이어 탈락 사고를 우사미 다카시 전 회장(63) 등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증자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계열사는 물론 기관투자가들도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회사에 증자를 할 경우 투자 리스크가 커질게 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푸조의 은폐 사건이 불거진 4월 이후 미쓰비시 브랜드 차량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것도 향후 정상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 대리점 관계자는 "4월 하순부터 주말 방문객이 전년보다 30~40%가량 감소했으며, 신규 고객은 거의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 그룹 의존 체질, 위기자초 =미쓰비시그룹의 '순혈주의'와 '조직의 미쓰비시' 체질이 위기를 불러왔다.


1970년 창업 1백주년을 맞아 출범한 미쓰비시자동차는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성장, '소비자' 보다는 '그룹 내부'에 의존해 위기 의식이 낮았다는 지적이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자금은 도쿄미쓰비시은행, 연구개발 및 부품 조달은 미쓰비시중공업, 판매는 미쓰비시상사의 도움을 받아왔다.


고객도 그룹 계열사 직원과 거래처 등에 의존, 손쉽게 사업을 확장해 왔다.


미쓰비시푸조가 작년 1월 미쓰비시자동차에서 분사할 때도 우사미 당시 회장은 간부 사원으로 사내 출신만을 고집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해결하기보다는 '내부 무마'에만 치중, 사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