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차 장관급회담 시작에 앞서 정세현 남측 수석대표와 권호웅 북측 단장은 10여분간 환담을 했다. 먼저 말을 시작한 권 단장은시종 '통일'을, 정 수석대표는 '평화'를 강조했다. 다음은 정 수석대표와 권 단장이 나눈 환담록. ▲권호웅 북측 단장= 잠자리 편하셨나. ▲정세현 남측 수석대표= 우리는 성격이 낙천적이어서 아무데서나 잘잔다. ▲권= 다른 대표들도 아침식사 잘 하셨나. 체류기간 불편이 없도록 하려는데 불편이 있으면 제때 말씀하시라. 잠자고 보니 오늘이 5월5일 입하(立夏)이다. 여름계절에 들어선다는 의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북남관계가 화해.협력기간인 여름계절로 들어서는 것이다. 숲이 우거진 여름 계절인데.. 6.15공동선언으로 화해.협력.단합이라는 통일을 위한 씨앗이 뿌려졌는데 봄에 싹이 트고난 뒤 숲이 우거진 여름계절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숲을 잘 가꾸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통일의 가을을 잘 안아올 수 있고 앞당길 수 있다. 숲을 가꾸는 사람들은 누구냐. 바로 쌍방 대표가 원예사다. 숲을 가꾸는 과정에서 비바람 몰아치고 왕가물(가뭄)이 오고 우박이 쏟아질 수 있지만 쌍방 대표가 성실하고 부지런한 원예사가 되어서 뜻.마음.힘을 하나로 합치면 가을의 좋은 결실을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정= 오늘이 입하다. 북한은 아돌절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오늘이 어린이날이다. 우리는 그 나이 지났지만 젊은 수행원들은 서울에 있었으면 아이들과 쉬는 날이다. 남북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와서 일하고 있다.어린이들도 지금 5월부터 쑥쑥자라게 돼 있다. 입춘에서 입하까지는 일기가 불순하다. 꽃샘추위도 있고 황사도 심하고 이제 대체로 입하 넘어서면 일기가 안정된다.여름으로 들어가는 안정적인 시기다. 권 단장 말한대로 여름엔 잘 자란다. 천둥번개가 칠 수도 있고 불순한 일기를될 수록 피해가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는 얘기가 있다. 초여름에 들어서면서 남북회담하는 마당에 여름에 잘 거둬야겨울을 잘 넘길 수 있다는 자세로 이번 회담을 잘 꾸려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오늘은 비목어(比目魚) 얘기를 좀 하려고 한다. 한쪽만 눈이 있는 고기는 제대로 갈 수 없다. 눈이 있는 쪽으로만 갈 수 있다. 오른쪽이나 왼쪽, 한쪽에 눈이 있는 고기는 둘이 같이 가야 제대로 갈 수 있다. 비목동행(比目同行)이라는 말인데 비목어가 동행하는 경우 제대로 갈 수 있지만 혼자갈려고 하거나 한 쪽으로만 발전시키려고 하면 남북관계가 균형을 잡기 어렵다. 어제 만찬사에서도 강조하고 지난 가을(12차 회담) 왔을 때 만찬사에서 얘기했지만 남북간에 경제 사회 문화분야 교류협력 수준에 맞게 또는 비슷하게 군사안보분야에서의 협력이 동행해줘야 하지 않나. 그렇지 않으면 결국 눈이 한쪽에 있어 혼자서 가는 것 처럼 결국 제 길을 가지 못하고 맴돌게 돼 있다. 이번 회담부터는 권 단장 말씀하신대로 숲을 제대로 가꾸기 위해서는 균형을 잡아야겠다. 권 단장이 다른 분야에서 말씀하신대로 숲을 제대로 가꾸기 위해서는 균형을 잡아야겠다. 권 단장이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분도 아니고 남북관계 일했고 2000년 정상회담 때는 준비회담 대표도 했다. 그 때도 5월에 실무접촉이 끝났을 것이다. 그때 틀이 잡혔다. 그래서 권 단장이 같이 일하게 된다는 얘기 듣고 뭔가 매듭짓고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는 일을 하신 분이니까 많은 기대를 가지고 왔다. ▲권= 어린이들이 인생을 모르고 어린이날을 부모와 쇠지 못해서 섭섭해 할 수있다. 2002년 5월5일 왜 아버지가 같이 어린이날을 쇠지 못했냐고 하겠지만 먼 훗날아버지가 더 나은 남북관계를 위해 일하느라 자기와 어린이날을 쇠지 못했다고 하는것을 알게되면 좋게 생각할 것이다. 북남 공동 노동절 행사때 조선소년단의 합창시가 낭독됐는데 한 대목에 이런게있었다. '6.15 이후에 태어난 동생이 가장 처음 배운 말이 엄마라는 말과 함께 통일이라는 말이었다'며 '아버지, 어머니, 우리에게 통일된 조국을 물려 주십시오'라며절절히 낭독했다. 그 자리에서 시를 듣고 우리 세대의 사명감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북남 노동자들이 함께 "노동자가 앞장서서 조국통일을 이뤄내자"고 했을 때 듣고 생각이 깊었다. 이렇게 되면 당국이 민간에 뒤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는데 힘과 마음을 합쳐서 회담을 잘해보는게 어떤가. ▲정= 어린이들이 여기 와 있는 아버지들의 공로를 인정할 것이라고 얘기하셨는데 어린이들이 정말로 평화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어린이들은 간절히전쟁이 없고 남북간에 싸우지 않길 바란다. 2004년 5월5일 어머니하고만 어린이날을보냈지만 의미있었다고 얘기하려면 화해협력과 평화라는 두 수레바퀴를 끌고 나가봅시다. (평양=연합뉴스)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