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의 차기 총리행(行)에 '빨간 불'이 켜졌다.


김 위원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 등을 거치면서 여권 내에서 총리 '0순위'로 사실상 내정된 상태였으나 야당인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김 위원이 영남 출신인 데다 행정경험이 풍부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일찌감치 총리감으로 지목했다.


특히 6·5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영남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의 총리발탁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이같은 여권의 구상은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3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대표회담에서 공개적으로 '김혁규 비토론'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유동적으로 변했다.


회담에 배석했던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장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이 김 위원의 총리 내정설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총선 후 처음으로 여야 수뇌부가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야당이 김 위원의 총리기용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냄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여야가 한 목소리로 '상생의 정치'를 약속한 터에 총리직을 놓고 처음부터 마찰음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대표회담에 앞서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도 김 위원의 총리기용설을 집중 성토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총선에서 국민들이 상생의 정치를 하라고 요구한지 보름도 지나지 않았는데 6·5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총리에 임명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총장은 "총리기용설이 사실이라면 총리를 약속받고 한나라당을 탈당했다는 당시의 소문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김무성 상임위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인준할 수 있는 사람이 총리에 지명돼야 한다"며 "배신자가 출세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을 의원도 "여권의 태도는 한나라당의 존재를 무시하고 전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개인적 생각으로는 인사청문회고 뭐고 일절 응할 필요가 없다"고 공격했다.


이처럼 야권의 반발이 거세자 여권 일각에선 한명숙 당선자,조세형 전 주일대사 등을 총리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권 수뇌부가 '김혁규 카드'를 밀어붙일 공산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해영·최명진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