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ks@hhi.co.kr 언어는 무의식적으로 인간의 사고를 지배한다. 일상생활에서 깊은 생각 없이 쓰이는 말이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의식과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의 생활 수준과 의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직업에 대한 용어도 계속 변하며 순화돼 왔다. 우리 회사에서도 얼마 전부터 경비원을 산업보안원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내가 하루빨리 바뀌기를 바라는 용어가 있다. 바로 '노사(勞使)'라는 용어다. '노사관리''노사협상' 등에 쓰이는 '노(勞)'는 '노동자'에서,'사(使)'는 '사용자'란 말에서 따온 것이다. 우리의 실정에 맞게 고쳐 써야 함에도 일본에서 그대로 들여와 쓰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전문경영인 시대에 사용자라는 말은 아무리 봐도 잘못된 것이다. 요즘은 대부분 전문경영인이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으며,사용자가 아닌데다가 이 말은 평준화 의식이 높은 우리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다. 따지고 보면 경영자나 생산 근로자나 모두 노동자인 것이다. 다만 노동의 형태가 다를 뿐이다. 생산 근로자들은 대부분 육체적,기능적 노동을 담당하지만 경영자들은 정신노동을 한다. 정신과 육체는 하나다. 이와 같이 경영자와 노동자가 조화를 이뤄야 기업과 구성원은 함께 성취하고자 하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는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으며 하나의 경제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따라서 국제경쟁은 더 치열해지고,경쟁에서 이기고 생존하기 위해서 더 높은 수준의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조화가 요구된다. 이제 노사의 대립관계에서 벗어나 공동운명체 의식을 갖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회사에서는 노동조합이 자발적으로 '원가절감''생산성 향상''국제경쟁력 강화' 운동을 시작해 회사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언어는 무의식적으로 인간의 사고를 지배한다. '노사'라는 대립개념의 용어사용과 대립행위를 하루빨리 청산했으면 한다. 그리고 화합과 협력과 번영을 상징하는 좋은 용어를 고안해 사용해야 우리의 사고도 바뀌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적절한 용어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적어도 '노사' 대신 '노경(勞經·노동자와 경영자)'으로라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