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쇼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더 중요한 문제는 한국의 대중국 의존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최근 "경기과열을 잡겠다"고 발언한 이후 국내외 증시와 원자재 시장 등이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홍인기 한국증권연구원 고문(66)이 이를 예견한 내용을 담은 책 '최근 중국경제와 세계화·정보화(박영사)'와 '중국의 IT산업·주요 IT기업(박영사)' 을 펴내 눈길을 끈다. 홍 고문은 "중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외국인직접투자를 장려하고 수출 드라이브,대규모 개발투자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최근 2∼3년간 과다투자로 덤핑물건이 많아지고 기업 부실자신이 누적되는 등 심각한 인플레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도 고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홍콩 포함 25.7%)이 됐지요.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도 중국을 거쳐가는 '우회수출'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한국 최대의 해외 직접투자(37% 차지) 상대국이기도 합니다.이러다 중국이 경제 위기에 봉착할 경우 한국은 큰 충격을 받게 될 겁니다." 증권 전문가였던 홍 고문이 중국 경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증권거래소 이사장(93∼99)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정환율을 고집하고 증시가 실물경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기형적인 상황에서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현상에 대해 의문이 생기더란 것.그는 이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국경제신문,파이낸셜타임스(FT),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J),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국내외 유력신문과 각종 연구보고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요즘 서강대 등에서 그의 강의가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중국의 변화와 앞으로의 전개방향 등을 현재진행형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침체된 내수시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중국 진출을 시도하는 건 이해하지만 '묻지마'식 투자를 멈추고 차분하고 분석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특정 산업의 호·불황만을 보지 말고 거시경제의 흐름을 살펴야죠.특히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통한 공산주의 체제 유지를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그는 또다른 '차이나 쇼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도 러시아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