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닥쳐오는데 내가 정리가 잘 안돼 곤혹스러워....압력도 여러군데서 받고 있고...'정치경력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듣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진로를 둘러싼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마디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내대표를 17대 국회 시작과 함께 1년 더하느냐, 아니면 통일장관으로 입각하느냐를 놓고서다. 그러나 전체적인 방향은 후자쪽으로 정해진 듯하다. 그가 예정에도 없던 간담회를 연 것도 현실(통일장관)과 이상(원내대표) 사이에서 번민하는 자신의 흉금을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많다.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얘기다. 그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나 자신의 정치적 역할을 위해서도 행정부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서 "정치권이 내각에 들어가 당정협력이 제대로 되는 그런 과정에서 역할을 하는 정치적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동시에 "과반여당 원내대표에 욕심이 난다"며 여지도 애써 남겨 놓았다. 이는 그를 에워싼 상당수 측근들과 개혁성향 소장파의 희망인데, 이들의 주장은 김 대표가 원내정당화의 '과실'을 차지한 뒤에 입각해도 늦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김 대표 또한 "지난 8-9개월간 내가 이 역할을 해와서 일종의 선점권이 있는 게 아닌가, 유리한 포지션이 아닌가, 나로선 지금까지 사전적 비용이 있을 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先 원내대표 - 後 입각' 플랜에 대해 한 측근은 "권력의 속성을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 나무는 고요하려고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면서 "집권 2기에선 '윗분'이 개혁구상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최상책"이라고 했다. 김 대표 역시 "정부도 '준비된 프로그램'을 밀고 나가야할 것 같아 그게 참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김 대표를 잇따라 청와대로 부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케 하는 대목으로도 들린다. 이날 최종 결심의 시점을 `탄핵문제 해결 이후'로 제시한 김 대표가 막판 다시 방향을 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 여러가지 정황에 비춰볼 때 그의 입각은 굳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28일 워크숍 때만 하더라도 원내대표 출마설에 고개를 가로저었던 이해찬(李海瓚) 의원이 30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역시 내부 기류변화를 나타내는 단적인 징후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탄핵심판 결정 때까지 당장에 있을 정치적 변신과, 멀게는 대권레이스에 대비한 구상을 가다듬는 데 진력할 전망이다. 물론 그 구상은 대중성에 행정가적 이미지가 붙은 '뉴김근태'로의 변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