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회의원 당선자 연찬회 마지막날인30일 당의 기본 방향을 지킬 것은 지키고 고칠 것은 수시로 보수(補修)하는 `국민적보수'로 설정했다. 물론 국민적 보수는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된 개혁보수와 중진그룹을중심으로 주창됐던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연찬회에서 제기된 각 그룹들의 주장을 모두 담아내면서도 과거의 부패.수구 이미지를 떨쳐 버리겠다는 얘기다.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2%가 자신을 중도보수라고 답했다. 중도라는 응답은 24.1%, 중도진보는 8.3%로 나왔다. 또한4.6%는 보수라고 답했다. 당선자들은 이날 이틀간의 연찬회를 마치며 발표한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이런 입장을 정리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은 이념이 아니라 실천에 힘쓰겠다"며 "합리적이고 개혁적이며유연한 보수의 이름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고 고칠 것은 수시로 보수하는 `국민적 보수'가 되겠다"며 구체적인 실천공약으로 ▲성장속의 분배 추진 ▲정쟁지양 ▲경제협력과 인도적 배려를 통한 따뜻한 대북정책 ▲자산신탁제도 적극 추진 등을 제시했다. 물론 이러한 정체성 정리에도 불구하고 당내의 논란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남경필(南景弼) 원희룡(元喜龍) 정병국(鄭柄國)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의원들은 이미 한선교(韓善敎) 이성권(李成權) 당선자 등 모두 20명의 당선자가 참석한 가운데 별도 모임을 구성해 개혁적 중도보수라는 지향점을 설정했다. 이들은 30일 오전 회의에서 ▲개혁적 중도보수 지향 ▲원내정당화 및 원내대표권한강화 추진 ▲지방선거에서의 합리적, 중도보수 정체성 실현 등을 구체적 목표로정한 뒤 앞으로 매주 수요일 정례 회의를 갖고 당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논의키로했다. 이 모임의 멤버는 아니지만 박 진(朴 振) 의원도 "우리 당이 지향해야 하는 노선은 중도보수이며 과거 맹목적적인 반공보수의 틀을 벗어나 자유와 인권이라는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이미 개정된 당헌과 정강정책을 보면 한나라당의이념적 좌표는 중도우파이며, 개혁적 보수를 견지하고 있다"며 "정체성 논란을 벌이는 자체가 당의 정강정책을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혁적 보수노선에 대한 반대는 아니지만 일부 소장.개혁파들을 중심으로 한 이념재설정 움직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반영하는 말이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영남권 중진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날 김덕룡(金德龍) 의원과 김용갑(金容甲) 의원이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 것도 당내의 논란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은 당 안팎의 전반적인 변화와 개혁 움직임에 이른바 `정통보수'를 자처하는 의원들이 말을 아낄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본격적인 목소리를낼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경우 당은 한차례 정체성을 둘러싼 폭풍 속으로 빠져들 수있다는 얘기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