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은 더이상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이 나온 후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리인상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좀더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보합권을 유지하던 20일 뉴욕 증시는 장 막판 그린스펀 의장의 언급이 전해지면서 나스닥 종합지수가 2% 이상 급락하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도 각각 1.18%와 1.56%가 떨어졌다. 또 채권시장에서는 10년만기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전날에 비해 1% 포인트 이상 높은 4.40%로까지 치솟고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유로화에 비해 강세를 나타내는 등 각 금융시장이 민감한반응을 나타냈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해 주된 우려사항이었던 디플레이션의 위협은 모든 징후를 감안할 때 우리에게 더이상 현안이 아니다"면서 "기업체들의 가격 책정력은 점차회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린스펀 의장의 이와 같은 언급은 오는 5월4일 열리는 금리정책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후성명에서도 비슷한 어조가 반영되리라는 예고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위험이 거의 동일하다"고 밝혀온 FOMC가 차기정례회의에서 디플레 위험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고 인플레 위험만 강조한다면 이는시장에 대해 금리인상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연방준비제도 당국은 금리변동에 앞서 경제상황의 평가에 관한 어조를 변경함으로써 시장에 미리 대비할 시간을 제공해 왔다. 최근들어 미국 경제상황 호전, 특히 노동시장의 회복세가 확인된후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로부터 금리인상에 대비한 정지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이 강화돼 온 터였다. 그린스펀 의장은 또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재차 강조하는 한편 은행 시스템은금리가 인상될 경우에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혀 금리인상에 따른 역작용우려를 차단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많은 은행들은 경제성장의 확대와 함께 금리가 오르면서 수신고를 늘리기 위한 예금금리 인상폭보다 대출금리를 더 큰 폭으로인상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간 경제분석기관인 MFR의 조슈아 샤피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BS 마켓워치인터뷰에서 그린스펀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연방준비제도 당국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긴축정책(금리인상)을 펴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CBS 마켓워치는 그러나 금리인상은 5월 정례회의에서보다는 6월이나 8월 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분석가들은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