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농업은 큰 갈림길에 처하고 있다. 농산물 자유화 압력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 한국과함께 농산물의 비교역적 기능을 강조하는 10개 NTC국가(G10)에 속한다. 스위스는 DDA협상에서 한국을 포함한 G10국가들과 공조를 취해왔다. G10에는 일본과 노르웨이,이스라엘, 불가리아와 같은 농산물 수입국도 포함돼 있다. DDA협상은 참가국간의 이견이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으며 당초 목표한 연말이전의 타결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역간,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가 가속화되고있는 것도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이 삐걱거리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다. 스위스의 농민이 DDA협상 결과보다 우려하고 있는 것은 유럽연합의 확대. EU는다음달 1일부터 동구권의 10개국을 회원국으로 편입함에 따라 25개국을 거느리는 초거대 세력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스위스는 EU 가입 기회를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EU와의 FTA 협정을 통해 유럽 역내의 무역 자유화 물결에 참여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스위스 농업에 당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2007년까지는 발효될 EU와의 FTA협정.협정은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제로(0)로 만들어 양측의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것은 물론 농산물의 수출 보조금 철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EU의 값싼 농산물이 스위스 시장에 들어가 가격 인하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농가 수입을 압박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스위스 정부는 국내 농업이 처한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짐에 따라 규모 확대 등으로 국내 농업의 경영을 효율화 시켜 수입농산물과 가격 경쟁에 대항할 수 있는 정도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정부측은 농업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향후 4년간으로 총 140억 프랑(약 14조 원)의 농업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물론 스위스의 일부 농민단체 쪽에서는 EU시장도 전면 개방되기 때문에 우유와치즈 등 주력 농산물의 수출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폴란드와 체코,헝가리,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키프로스,몰타 등 10개 EU 신규가입국에서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아져 의욕이 높아져 있어 품질 좋은 스위스 치즈의 수요가 적지 않다는게 이들의 판단. 하지만 산악이 많은 지리적 여건상 스위스의 농업이 원천적으로 외부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