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후 경제부터 살려라] <3ㆍ끝> 성장동력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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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경기는 '외끌이 천수답 경제'의 전형(典型)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많다.
가계 부실 등으로 내수기반이 붕괴되다시피 한 가운데 수출이 홀로 경기를 지탱하고 있지만, 그나마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과 세계 IT(정보기술)산업의 회복에 편승한 측면이 강하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가 이처럼 불안한 '외부 재료 의존체질'을 벗기 위해서는 과감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존중되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회 전반에 확산된 반(反)기업정서와 획일적인 교육제도, 규제 위주의 행정 등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남미형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다.
◆ 저(低)생산성의 벽을 넘어라
한국의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생산성본부가 2001년 발간한 '생산성 국제비교'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들의 1인당 부가가치는 3만9백35달러로 미국(6만6천3백41달러)의 46.6%에 불과했다.
일본(4만9천7백44달러)과 비교해도 63.5%에 그쳤다.
국가 운영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요소 생산성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공장가동률이 84%에 육박할 정도로 설비투자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국내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마이너스(-4.6%)로 2001년 이후 줄곧 산업생산 증가율에 뒤졌다.
◆ 사회 전반의 의식을 바꿔야
기업들의 이같은 투자부진은 '투자의욕'을 꺾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사회의 반(反)기업정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국적 컨설팅회사인 액센추어가 세계 22개국 8백80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세계 각국의 반기업 정서 조사'에서 한국 최고경영자(CEO)의 70%가 '국민들 사이에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22개국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기업을 바로 보지 않는 사회 일각의 풍토에는 경영투명성 부족 등 기업측의 잘못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공시제도 및 사외이사제도 강화와 집단소송제 도입 등 각종 장치가 마련되면서 빠른 속도로 해결돼가고 있다.
이제는 기업에 성취동기를 부여해 줄 사회적 환경 조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인식은 일한 대가와 가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가로막는다"(제프리 존스 미래동반자재단 이사장 겸 암참 명예회장)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 규제행정과 교육제도 바꿔야
골프장을 짓는데 8백여개의 도장이 필요하고, 공장의 안전관리와 관련된 법률이 사고처리 과정까지 포함할 경우 60개에 이른다는 사실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규제공화국'으로 전락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각 부처마다 규제 권한을 가지려 하다 보니 기업들이 업무연관성이 거의 없는 부처에 찾아가 심의 또는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게 경제단체들의 지적이다.
예컨대 건축 관련 법령은 건축법을 포함해 80여개에 이르고 심의 기준이 불명확한 것들이 많아 정부내 곳곳에서 마찰이 생기고 있다.
2001년 건축 허가된 14만6천여동 가운데 18%인 2만6천동에서 법령 위반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만큼 규제가 복잡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사업성을 따지는 것보다는 규제 위반 여부를 체크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육 개혁도 시급한 상황이다.
기업과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는 '맞춤형 교육'보다는 형평과 획일성을 중시하는 공급자 위주의 '평준화 교육'에 매달리다 보니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려 해도 정작 필요한 사람들을 구하기가 어렵다.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만이 시장 규모와 부존자원 등에서 크게 앞서는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획일적인 대학입시 제도와 평준화 교육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