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민은 10분만 ‥ 김충훈 <대우일렉트로닉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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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kim@dwe.co.kr
십수년 전 내가 근무하던 회사의 컴퓨터사업본부장을 맡게 됐을 때의 일이다.
당시 시장여건 악화 및 제품경쟁력 열세, 영업정책 실패 등으로 거의 포기상태에 있던 컴퓨터 사업을 살려보라는 것이 내게 주어진 임무였다.
나는 그때까지 해외주재원 생활 12년을 포함해 경리, 판매관리 등 주로 관리업무만 해왔기 때문에 영업분야는 처음이었다.
영업 베테랑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컴퓨터 사업을 내가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 참으로 난감했다.
아무리 고민해도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던 나는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군대시절 '물어 독도법'이 최고라던 독도법 교관의 말대로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는 생각에 영업 전문가에게 문의하기로 했다.
영업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역시 판매현장에서 컴퓨터를 직접 판매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취임 당일부터 23일 동안 전국의 1천여개 대리점 사장을 면담하고 기록했으며, 백화점과 유명 컴퓨터 판매점 등을 순회하며 관찰하고 분석했다.
특히 왜 판매하며, 왜 특정 제품을 구매하고, 어떻게 판매하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수개월 간 공부하고 자료를 수집하면서 컴퓨터 사업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 영업전략 및 정책을 수립했다.
덕분에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다.
어니 젤린스키는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 22%는 사소한 사건,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이다. 즉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고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차피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고민하고 시간을 허비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10분 안에 해답이 나오지 않으면 그것은 당신이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 아니다. 그러므로 고민은 하루에 딱 10분만 하라."
누구나 살다 보면 크고 작은 고민거리에 부닥치게 된다.
돈이 없어도 걱정, 많아도 걱정이며 자식걱정 회사걱정 등 고민 끊일 날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민거리가 사실은 고민할 필요가 없거나 행동과 실천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처음하는 컴퓨터 사업에서 고민만 하고 있었으면 결코 해답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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