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秉柱 <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 > 어둠이 짙어 앞을 헤아리기 어렵다. 총선이 그렇고 그 이후 경제전망이 그렇다. 태양이 다시 떠올라 어둠을 불사를 것인가. 생각해 보면 정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흡사하다.정당이 정강정책을 홍보하고 후보자를 내면 유권자들이 표를 던져 최다득점자가 선출되고 다수당이 국회를 장악한다.회사가 만들어 시장에 출하하는 상품을 광고하면 소비자들이 주머니 돈을 풀어 사들인다.타상품을 누르고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든 회사가 이윤을 얻고 경쟁에 진 상품은 도태된다. 다른 점은 정치시장에는 일인일표가,상품시장에는 구매력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두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확보하려면,뒷돈 거래가 없고 광고선전이 바른 정보를 담아야 한다. 이번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자 보상제도 덕분에 돈 뿌리기가 대폭 감소됐지만,상호 비방 홍보전은 유례없이 혼탁해졌다. 특히 대통령 탄핵찬반,고령층 비하발언 등 문제가 개별 지역구 후보자질보다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비쳐졌다. 경제시장에서는 상품이 좋은 품질과 값으로 소비자의 만족을 극대화해야 한다. 정치시장에서 유권자의 만족을 위해 사회안정과 경제후생에 이바지하는 후보와 정당이 선택됨이 마땅하다.바로 여기에 이번 선거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불안이 있다.나라의 기본 틀을 바꾸려는 감성적 개혁세력과 국가 정체성의 위협을 느끼는 보수세력이 주로 세대간의 치열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있다.선거 열기로 달아오른 상호불신이 투표 이후 상호 화해의 어려움을 예견케 한다. 지난 1년여간 한국 사회의 최대 과제는 규범을 지켜 결집력을 지탱할 것인가에 있었다. 각양각색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상품시장이어야 하듯이,정치도 다양한 선호(이념,사상)를 가진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다툼을 조정하기 위한 질서의 틀로서 관행,도덕,법이 있게 된다.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도 참고 질서의 틀을 지키는 사회여야 경제가 거침 없는 흐름을 이뤄 성장과 고용이 기약된다. 만일 국민의 함성이 곧 법이고,정당하지 않은 법은 지키지않아도 된다고 한다면 굳이 국회의원 뽑고 국회를 따로 둘 필요가 없다.사사건건 거리에 몰려나온 데모대의 촛불 숫자와 함성의 높이로 결판내면 된다. 대립하는 데모가 있으면 어찌될까? 주먹다짐으로 승부가 날 것이다.우리는 지금 그리로 치닫는가?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의 추격 등 해외요인이 아니다.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갈등구조에 있다. 거시경제동향은 나쁘지 않다. 수출은 올해 첫 석달동안 전년동기대비 39%나 늘어났고 산업생산도 호조를 띠고 있어 연간 경제성장률이 6%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설비투자,민간소비는 바닥권에 움츠리고 있다.수출의 소수 품목 집중으로 내수부문과의 연계가 느슨해졌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경기 명암도 두드러졌다. 상장회사 평균 부채비율이 1백% 이하로 낮아질 만큼 자금사정이 좋아졌으나 국내 설비투자는 부진하다.돈이 남아도는 기업들도 노조가 두렵고 정부규제가 성가셔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겨간다. 기업에서 일자리를 얻어 생활하는 다수 국민들의 기업 불신이 적대감 수준으로 깊어있다.세계적 브랜드 상품을 창조한 기업도 칭찬보다는 비난의 화살을 막기 바쁘다 보니 돈이 쌓여도 선뜻 투자하기에 마음 내키지 않는다. 기업들이 이번 선거기간에 갈취당하는 정치자금은 적어 다행일 것이나, 불안한 것은 반기업 정서 인사들의 대거 진출이다. 노동계의 국회입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더욱 불안하게 여기는 것은 여당이 덩치를 키운 다음 예상되는 물갈이다. 여당 프리미엄에 동참한 일부 기업인, 관료출신들마저 잡탕으로 몰아치는 골수세력의 숙청작업에 희생될 조짐이 엿보인다. 선진국 경우와 달리 후진국 경제는 정치에 휘둘리는 운명에 있다.그래서 선거는 올인게임의 성격을 띤다.선거 다음에도 태양은 뜬다. 선거후 경제주체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밝은 태양이 솟아오르도록 다짐하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기대된다. pjkim@ccs.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