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만 기댄 경제…더블딥 우려 ‥ 삼성경제硏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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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올해 2분기 이후 본격 회복될 것이지만, 내년 1월부터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침체됐던 경기가 잠깐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더블딥(double dip)'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1일 내놓은 보고서 '최근 경기변동의 요인 분석과 시사점'에서 "내수 부진ㆍ수출 호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작년 8월 이후 시작된 경기 상승 국면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통계청이 지난 1972년 이후 작성한 경기순환 주기를 분석한 결과 외환위기 이후부터 경기 변동폭이 확대되고 경기 상승 기간도 이전에 비해 크게 단축됐다"고 진단했다.
외환위기를 경험한 이후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호재에는 둔감한 반면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민간소비중 경기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교통ㆍ통신ㆍ교양 오락비의 비중이 커지고, 기업 설비투자 중 경기에 민감한 IT(정보기술) 투자가 확대된 것도 경기 변동성이 커진 이유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수출에만 의존하고 있어 세계 IT경기가 악화되거나 미국과 중국 등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 경제가 나빠질 경우 한국 경제도 하강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원ㆍ달러 환율 하락과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불안까지 계속될 경우 경기 상승세는 내년 1월을 정점으로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경제 전문가들은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누적과 가계부채 △중국의 경기과열과 누적 부실채권 △고유가 문제 등을 꼽고 있다.
우선 미국이 누적된 쌍둥이 적자(재정ㆍ경상수지)를 해결하기 위해 달러화 가치 하락과 금리 인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럴 경우 회복 국면의 경기가 다시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90년대 초반부터 '10년 호황'을 구가하면서 쌓인 막대한 규모의 가계부채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2년 이후 GDP 대비 부채비율이 급상승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도 어떤 식으로든 대비가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작년 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중국의 경기과열이 기존의 높은 부실채권 규모를 더욱 심화시켜 경제를 경착륙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그간 부실채권 축소를 위해 노력했으나 4대 국유 상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1조9천9백92억위안으로 전체 채권의 21.4%에 달하고 있다.
긴축조치로 올해 성장률도 7%로 조정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만큼 그 파급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
고유가 문제는 2분기 이후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끊임없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테러 및 이라크 긴장 재고조 등의 지정학적 요인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감산 여부 등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따라서 경기 상승 국면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제고하고 성장 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