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패션업계는 해외 디자이너 유치까지 나설 만큼 브랜드가치 키우기에 나섰습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최대 패션행사 중 하나인 '차이나패션 위크'에 국내 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패션쇼를 연 한송씨(36)는 "가격 경쟁력에 기대온 중국 패션업계가 이제는 질까지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변신에 이탈리아의 한 디자이너는 유럽도 위기감을 느낀다고 전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국패션협회 초청으로 지난 2002년에 이어 두번째로 오트쿠튀르 패션쇼를 가진 그는 "중국에서는 패션쇼도 개인 디자이너보다는 큰 브랜드에 소속해서 열려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한국의 원단 및 디자인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씨도 우한과 신장에 공장을 두고 있는 중국 패션업체의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 비즈니스를 서두르기보다는 중국내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한씨는 베이징의 최고급 백화점 옌사측에서 한국 원단과 디자인을 이용해 중국 업체가 만든 의류가 제일 잘 팔린다고 했다며 한국을 내걸면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지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변신에 한국의 디자인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패션쇼가 끝난 뒤 중국 기자들 20여명이 그와 즉석 인터뷰를 갖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견 디자이너 트로아 조의 아들인 한송씨는 뉴욕대 정치학도 출신. 여름방학 때 어머니 일을 돕다 끼적거린 스케치를 본 어머니가 소질이 있다며 강권해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의상보다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