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슈퍼 엔高시대 다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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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한 엔화 강세조짐이 뚜렷하다.
일부에서는 지난 95년 4월 선진국간의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기 위한 역(逆) 플라자 합의 이후 '슈퍼 엔고' 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요즘 엔화 강세는 주로 일본측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90년대 들어 버블 붕괴 이후 좀비경제(zombie economy)라 불릴 만큼 어떤 정책수단도 부양효과가 없었던 일본경제가 지난해 이후 외국인 부동산 자금유입에 따른 부(富) 효과(wealth effect)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그 동안 고집해 왔던 엔화 약세정책을 포기하고 엔화 강세를 점진적으로 용인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엔화 강세 요인이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도 가세되고 있다.
현재 쌍둥이 적자 규모는 위험수위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도 경기가 일본에 비해 부진하고 유럽통합 일정도 순조롭지 못해 유로화 강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제외환시장에서 슈퍼 엔고 시대가 다시 도래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 미국과 일본, 유럽이 처한 여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미국경제 입장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지금보다 강해질 경우 경상거래 측면에서 수출경쟁력 개선을 통해 경기회복과 최대 현안인 경상수지적자를 개선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다.
반면 추가적인 달러화 약세는 뉴욕 증시에서 자본이탈을 초래해 경기를 둔화시키는 역 자산 효과가 우려된다.
특히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이 점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 국민은 노후생활 수단으로 건전한 기업이 발행하는 주식에 현 소득의 70%를 투자해 놓고 있기 때문에 표심에 직결된 주가하락을 초래하는 달러 약세 정책을 수용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일본도 지난 95년 당시처럼 추가적인 엔화 강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못된다.
비록 올 들어 경기가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엔고에 따른 디플레 효과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유럽만이 추가적인 엔고에 대한 부담이 없는 상황이지만 유로화 위상면에서 보면 역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외환시장은 지난 몇 년 간 지속돼 왔던 모든 통화에 대해 미 달러화의 일반적인 강세 혹은 약세기조와 달리 주요 통화별로 차별화(de-coupling)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개별통화(예: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적정선(pivot rate)을 중심으로 환율변동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동조화 정도가 다시 심해지고 있는 국내외환시장은 국제외환시장과 기본적으로 같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국내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환위험 관리에 신경써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러 방안이 있지만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관리수단을 권한다면 대기업들은 외환을 한 곳에 집중시켜 관리하는 사내선물환 제도를 보다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반면 환위험에 노출 정도가 심한 중소기업들은 한국수출보험공사에서 제공하는 환율변동보험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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