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부채비율 99%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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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 제조업체들의 지난해 부채비율이 사상 처음 1백% 밑으로 떨어졌다는 증권거래소 발표는 '동전의 양면'을 떠올리게 한다.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제조사들의 작년 부채비율은 99.27%로 한국은행이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78년 이래 가장 낮았다.
부채비율이 1백%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의 빚이 자기자본보다 적어 그만큼 재무구조가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뒤에는 감춰진 또 다른 사실이 있다.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지난 98년 2백53%에서 2000년 1백51%,지난해는 99.27%로 급격히 줄었다.
거꾸로 보면 기업들이 번 돈으로 빚을 갚기에만 급급했지 미래의 부(富)를 창출할 투자에는 소홀히 했다는 증거다.
한 증권사 사장은 "기업들이 IMF관리체제 위기를 겪은 이후 과감한 투자를 통한 성장전략 대신 몸사리기에만 치중한 결과"로 지적했다.
경기회복의 불투명과 정치 불안도 기업들이 소극적으로 경영을 하게 만든 원인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기업의 설비투자는 해마다 줄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들의 지난해 설비투자는 전년대비 4.6% 감소했다.
올들어선 지난 2월에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3월까지 누계로는 여전히 마이너스다.
물론 기업들이 안정성 위주의 경영을 펼쳐온 결과 수익성은 크게 나아졌다.
제조업체들의 지난해 순이익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게 그 결과물이다.
그러나 앞서가는 선진국을 따라 잡으려면 안정성 못지않게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더욱이 미국과 일본의 제조업 부채비율(2002년 말 기준)은 각각 1백67%,1백56%로 한국보다 낮지 않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먼데 너무 일찍 안주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한 증권사 사장의 지적은 우리 기업들이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정종태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