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좀처럼 긴 침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1일 발표된 12월 결산 코스닥 등록법인들의 영업실적 통계에 따르면 IT업종에 속한 340개 기업의 작년 매출액은 25조3천687억원으로 전년대비 5.1% 줄었고 적자규모도 1천663억원으로 전년의 920억원 적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IT업종의 부진은 투자 위축에 그 원인이 있다면서 해외시장진출을 통해 활로를 개척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원인은 IT투자 위축.신규사업모델 부재 2년 연속 계속되고 있는 코스닥 IT의 적자 행진은 전반적으로 국내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매우 부진한데다 특히 IT부문에 대한 신규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지난 99년~2000년 사이 집중적으로 IT부문에 투자한 뒤 경기가 꺾이고 회복이 계속 늦춰지자 좀처럼 신규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인터넷, 게임 등을 포함한 코스닥의 IT 소프트웨어 업종의 경우 작년 적자규모가 2천344억원으로 적자폭이 전년에 비해 2천147억원 줄었지만 IT 하드웨어 부문은 오히려 적자규모가 2천494억원으로 1천545억원이나 크게 늘어난 것은 바로 IT설비투자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 새로운 신규수익원을 찾지 못한 채 경영진과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까지 겹친 코스닥 IT기업들은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었고 그 대표적 사례가 모디아다. 모바일 시스템통합(SI) 업체인 모디아는 지난 2001년 1월 코스닥에 입성한 뒤 기술력과 실적 등을 바탕으로 같은해 8월에 주가가 11만5천원(액면가 500원)까지 뛰며 당시 코스닥에서 가장 비싼 '황제주'로 통했다. 그러나 2002년 들어 프로젝트 수주실적이 급격히 준데다 영업을 진두지휘해야 할 대표이사가 자사주의 시세조정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고 사업자금을 위한 무리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허위가장납입까지 이뤄져 결국 모디아는 지난달 30일 완전자본잠식에 감사의견 '부적정'으로 코스닥 퇴출이 확정됐다. ◆활로는 해외시장.기술력 강화 전문가들은 이처럼 빈사상태에 놓여있는 코스닥 IT기업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포화상태인 국내 IT시장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강현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 부회장은 "IT경기 침체상황에서 기업수가 너무 늘어 국내 시장은 완전 포화상태"라면서 "이에 따른 경쟁 심화로 상당수 코스닥 IT기업이 작년에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많은 등록기업의 대표이사(CEO)를 만나본 결과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일본, 중국 등 바로 이웃에 큰 시장이 있는만큼 이를 과감하게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근 코스닥의 게임업체, 인터넷 포탈 기업들은 최근 앞다퉈 중국, 일본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교통카드시스템 전문업체 씨엔씨엔터와 같은 IT하드웨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수주를 따내고 있다. 또 이들 업체는 공통적으로 전반적인 코스닥의 약세에도 불구, 견조한 주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IT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시점인만큼 앞으로 다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기업들은 저마진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통해 가격결정력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서 연구원은 또 "우선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코스닥 IT업체들의 내실 경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기업들에게 배워라 IT 기업들이 전부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다. 11개 인터넷 관련 기업들은 지난해총 703억원의 순익을 거둬 2002년의 899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IT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개별기업별로는 다음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46%, 825% 폭증했고 네오위즈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이 187%, 103%에 달했다. NHN도 영업이익이 116%, 순이익이 141% 크게 늘었고 옥션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97%, 219% 증가했다. 이처럼 눈부신 실적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터넷기업들도 2002년 이후 한때 포탈사이트 운영과 광고수익에만 의존한 사업구조에다 경쟁까지 심해져 심각한 성장성 정체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단순한 검색사이트에 게임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접목, 수익원다각화에 힘쓴 결과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NHN 등은 일본 등 해외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 활발한 영업활동을 통해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