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단일노조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중공업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공식적인 결별수순에 들어감에 따라 노동계 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중 노조는 민노총 금속연맹의 제명절차와는 관계없이 독자노선 방침을 분명히 함으로써 당장 동종 조선업계 노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그동안 대기업 노조를 기반으로 힘을 모았던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조와 중소업체 중심의 노동운동으로 옮겨가는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올해 핵심이슈로 떠오른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맞물려 정규직과 비정규직, 상급단체간 극심한 노ㆍ노갈등은 기업경영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 사태의 발단 =현중 노조가 민노총과의 갈등관계에 빠진 것은 지난 2월 사내 비정규 근로자인 박일수씨가 분신자살을 하면서 시작됐다. 사건이 발생하자 민주노총 금속연맹과 사내 비정규노조, 일부 정치단체는 즉각 분신대책위를 구성, 사회적 이슈인 비정규직 문제와 연계해 투쟁을 확대했다. 이에 맞서 현중노조는 "분신사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노조를 배제한 어떤 협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자세를 펴면서 사태는 꼬여갔다. 급기야 2월과 3월분 연맹비 약 1억원의 납부도 거부하게 되었고 민노총 금속산업연맹은 이에 맞서 제명결의로 이어지면서 양측은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 ◆ 산별과 단위기업 노조간 갈등 표출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사태는 분신사태 및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동계 내부의 균열로 보이지만 속내를 보면 대기업 노조와 상급단체간의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규직 조합원의 입장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대기업 노조와 개별기업에 대한 영향력 확대 및 노동자 전체의 공공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 상급단체 간 이해상충이 지금의 갈등으로 표출된 것이다. 더욱이 8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메카를 자임했던 현중 노조가 90년대 중반들어 민주노총 노선과는 철저히 다른 길을 걸어오면서 수면밑에 잠재해 있었던 양측 간 갈등이 이번 비정규 분신사태를 계기로 분출된 것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제명과 탈퇴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도 올해 노사관계의 핵심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당장 현대차 노조가 29,30일 경찰이 분신대책위 간부를 체포한데 대해 잔업거부에 들어가는 등 노선갈등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산업계에선 박일수씨 분신사태를 계기로 대기업 사업장 내 비정규 하청근로자들의 세력화가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사태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초긴장하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