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고려화학(KCC)과의 경영권 분쟁을 승리로 이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곧바로 그룹 재정비에 착수했다. 현 회장은 31일 그룹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며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분위기를 추스르는 한편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추가 지분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추가 지분 확보에 전력=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경영권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물량은 70만5천880주로 약 3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는 전체 주식의 9.9%로 자사주 매집절차가 끝나면 현 회장측 우호지분은 현재30.05%에서 40%에 육박한다. 현 회장 등 주요주주들도 이와 별도로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우리사주 조합도 `자사주 1인당 100주 갖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현 회장측 지분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또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줄 우호세력도 물색중이다. 현 회장은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외국 자본을 포함한 우호세력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그룹은 그룹 중간 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유상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현 회장측 현대상선 지분은 17.96%에 불과하다. ◆그룹 총수 위상 다지기= 현 회장은 이날 그룹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데 이어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사장단 회의에는 최용묵 현대엘리베이터 사장과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 김병훈 현대택배 사장 등 5개 계열사 사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현 회장은 그동안의 수고를 격려하는 한편 긴장을 늦추지 말고 앞으로도 회사 발전을 위해 더욱 힘써달라고 당부했다고 현대그룹 관계자가 전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서 현 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됐다. 현 회장이 현대상선에 이어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회 의장을 맡아 그룹 계열사의 실권을 장악하면서 본격적인 `포스트 MH(정몽헌 회장)' 체제가 열릴 전망이다. 우선 현대엘리베이터 서울사무소에 있는 현 회장의 집무실이 내달중 경영전략팀과 홍보팀이 있는 서울 적선동 현대상선 건물로 옮겨갈 예정이다. 그룹 계열사중 가장 덩치가 큰 현대상선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그동안 되도록 자제했던 계열사 행사 참석은 물론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그룹 총수로서의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현대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현 회장은 "지금까지 쓸데없는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다"면서 "이제는 본업으로 돌아와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어 현대를 세계적 기업으로 다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