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사모펀드 실태조사에 전격 나서기로 함에 따라 투신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조사 시기를 하반기로 예정하고 있으나 조사에 앞서 '신분노출'을 꺼리는 1백59조원에 달하는 투신권 자금의 향방에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왜 조사하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말 KCC와 현대그룹간의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됐다는게 공정위측 설명이다. 정상영 KCC명예회장이 뮤추얼펀드(7.82%)와 사모펀드(12.82%)를 통해 총 20.64%에 달하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지자 공정위는 고민에 빠졌다. 펀드를 통한 우회출자 문제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린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위는 지분을 받는 뮤추얼펀드(회사형 사모펀드)는 계열사로 봤다. 그러나 "수익증권을 받는 계약형 사모펀드는 계열사는 아니지만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지배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최근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재계와의 회동에서 "재계가 풍부한 유동성을 사모펀드 형태로 조직화해 기업 구조조정·민영화 과정에서 나오는 부동산과 기업을 인수해달라"며 법 개정 등의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부터다. 공정위는 가뜩이나 금융실명제법이나 예금자보호법 등의 제약 때문에 펀드를 통한 우회출자 여부에 의심을 품고 있는 터에 사모펀드 육성론이 나오면서 법정비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 조사, 어떻게 이뤄질까 가능한 방식은 두 가지다. 기업들을 통해 펀드 출자내역을 제출토록 해 파악하는 방법과 공모ㆍ사모펀드를 그물망식 또는 샘플링(표본조사) 방식으로 조사하는 것이다. 전자가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현실성이 없었다. 이석준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매년 4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기업들로부터 펀드나 조합에 대한 출자내역도 같이 제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후자는 금융실명제법이나 예금자보호법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박삼철 금융감독원 자산운용업무팀장은 "불공정거래나 내부거래 등 개인의 개별적인 위법혐의를 보고 개인적으로 계좌추적을 통해 펀드투자 내역을 알 수는 있지만 전체 사모펀드의 수익자 내역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정위의 다른 관계자는 "펀드에 대해 가능한 조사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주목되는 재경부 행보 재경부는 기업 자금을 투자로 끌어내기 위해 사모 주식투자펀드(PEF)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시안은 4월 말께, 국회 상정은 6월 임시국회로 예정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자산운용업법을 제정하면서 사모펀드 규정을 크게 풀어놓고도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현행 규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업지배 목적으로 설정되는 사모기업인수(M&A) 펀드는 10%룰(한 종목을 10% 이상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 등의 적용은 배제되지만 여전히 '회사형'만 가능하고 은행지분의 4% 이상은 의결권을 제한받는 등의 제약장치가 많다. 따라서 정부는 자산운용방법이나 수익배분, 설립형태 등에서 전혀 제약을 받지 않는 미국식 PEF를 허용, 투자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