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고급 주택단지인 '타워팰리스'앞에서 가난 때문에 숨진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는 이른바 빈민위령굿이 어제 열렸다. 민주노총 전국빈민연합 등 30여개 노동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의 발족식 차원에서 이뤄진 행사였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빈부 격차는 점점 심화되고 있고,그런만큼 하루빨리 해소되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엥겔계수가 외환위기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는 서민층의 삶이 더 고달파 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년실업률이 9%가 넘는 등 고실업으로 인해 체감으로 느끼는 빈부격차가 더욱 큰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빈부격차가 캠페인을 통해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빈곤층에 대한 소득기회의 창출,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 안정 등 효과적인 정책추진을 통해서만 실현 가능한 과제다. 때문에 빈곤추방 캠페인을 벌이더라도 정부 청사나 국회 앞에서 정책건의나 제도개선 등을 요구해야 마땅한 일이다. 특정 주거단지 앞에서 굿판을 벌이는 것은 제아무리 이벤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도 '저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가난해졌다'는 식의 대립구도를 확산시킬수 있다. 만일 이것이 정당한 부의 축적에 대한 질시로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발전의 근본이념인 시장경제 자체에 대한 부정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않다. 특히 이번 행사는 민주노총이 직접 참여하는 등 노동운동의 연장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임금인상과 단체협상에 초점이 맞춰졌던 노동계의 '춘투(春鬪)'가 빈곤층 실직자 등 소외계층의 복지수준을 높인다는 이른바 '공공성 강화 투쟁'으로 변화하는 조짐의 일단이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민노총이 최근 기업의 이익금중 일부를 비정규직을 위한 기금이나 통일비용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게 되면 정상적인 노사협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실현될수 없는 쟁점을 놓고 투쟁 일변도로 맞설 경우 기업의 생산활동에 큰 차질을 빚어낼 우려가 크다. 요즘 우리 경제 현실은 무척 어렵다. 게다가 탄핵정국과 총선이 맞물리면서 전직 총리들이 모두 나서 우려할 만큼 계층적 이념적 갈등이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빚어지는 노동계의 '공공성 투쟁'은 결국 사회 갈등의 골만 더욱 깊게 만들게 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빈부격차 해소는 굿을 벌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