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편안하게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데다 창구를 직접 찾아가는 것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덕분에 인터넷 뱅킹이 활성화되고 있다. 작년말 전체 은행거래의 30.4%가 인터넷 뱅킹이 차지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직접 은행을 찾아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이용수수료까지 꼬박꼬박 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20만명에 달하는 리눅스와 매킨토시 사용자들이다. 이들은 인터넷뱅킹을 활용할 수 없는 아웃사이더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인터넷뱅킹시스템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 프리뱅크(www.freebank.org)는 리눅스와 매킨토시 사용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평화적 시위를 벌이는 사이버 공간이다. 지난해 3월 중순 개설됐다. 리눅스나 매킨토시의 인터넷뱅킹을 희망하는 사용자들이 뭉쳐 예금을 모으고 자신들에게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지원하는 은행에 예금을 맡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 2천2백여명이 참여,1백60억원이 모였다. 이 사이트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호'(SOHO) 개념을 소개한 한국사이버대학 겸임교수이자 컴퓨터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곽동수씨가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은행 본점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평화적인 사이버 시위로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로 출발했다. 프리뱅크 프로젝트는 활동 1년여 만에 결실을 맺었다. 최근 신한은행이 국내 시중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매킨토시 사용자용 온라인 금융서비스 전용프로그램을 개발한 것. 운영자 곽동수씨는 "시중은행들이 처한 입장을 고려, 적대적인 자세로 일관하기보다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매킨토시를 이용하고 있는 김지현씨(27)는 "소수의 권리를 찾겠다는 프리뱅크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