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게임업체인 게임리프의 강준호 사장(43)은 게임업계의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직원이 7명에 불과한 중소 벤처업체인데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두 차례나 게임 소스코드를 넘겨받아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강 사장은 "오랜기간 꾸준하게 준비를 해 온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이나 연구기관에 소스코드의 일부를 열람케 할 정도로 철저한 MS가 국내 벤처기업에 소스코드를 통째로 넘긴 것은 바로 강 사장에 대한 '신뢰'에서였다. 그는 "친구 사이였던 팀 디즈니(로이 디즈니의 손자)와의 인연이 MS로부터 파격적인 조건으로 기술을 이전받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팀 디즈니가 창업한 버추얼월드는 이후 MS에 인수돼 가정용게임기 X박스를 개발하는 모체가 되기도 했다. 중2 때 미국으로 이민했던 강 사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서도 엉뚱하게도 원유와 무기를 다루는 로비스트가 됐다. 고교시절 컴퓨터 관련 대회에서 입상했고 대학시절에는 방학 때마다 세계 굴지의 IT업체인 IBM에서 인턴십으로 일했을 정도로 미래가 보장된 엘리트였다. "컴퓨터를 제대로 모르면서 IBM을 이끄는 최고경영자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며 "뭔가 새로운 성공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과감히 모험을 택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01년 11월 MS로부터 로봇 시뮬레이션게임 '멕 워리어4'의 소스코드를 받아 가상현실게임 '베틀텍'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2월에는 X박스용 게임타이틀인 '크림슨 스카이'의 소스코드까지 받았다. 멀티스크린 가상현실 게임기인 X-리프와 X2에 탑재할 베틀텍 게임개발을 최근 마무리짓고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하반기에는 크림슨스카이까지 탑재할 계획이다. 강 사장은 "윈도 운영체제 기반이어서 값비싼 게임기를 새로 구입할 필요없이 다른 게임을 탑재할 수 있다"며 "게임장 입장에서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본 반다이 등과도 수출협상을 벌이고 있어 수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