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투기세력보다 정책이 문제 .. 이동우 <사회부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용산 시티파크 주상복합 청약 대란으로 '부동산 투기세력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부는 전매자뿐만 아니라 당첨자에 대한 자금추적까지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 23~24일 한미은행 지점 앞에 장사진을 쳤던 청약자들은 '틈만 보이면 날뛰는 투기꾼들'로 치부되고 건설교통부와 국세청 등 관계 공무원들은 나라 경제 걱정에 영일이 없는 공복들로 그려진다.
공교롭게도 그 이튿날 서울 신월동에선 아파트 전 가구가 미분양되는 '청약 제로' 현상이 나타났다.
용산에서 투기꾼 단속에 나선 정부가 신월동에선 부동산경기를 부양할 것인지 궁금하다.
7백60가구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에 25만명이 줄을 서고 7조원의 돈이 몰린 해외토픽감 청약 대란을 놓고 투기세력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시티파크 과열과 신월동의 급랭은 '온탕-냉탕'식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빚은 부작용에 다름 아니다.
시티파크 청약 대란은 국민의 정부 시절 경기부양을 위해 '규제완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주상복합에 대한 무제한 전매 허용과 같은 사실상 부동산 투기를 유도하는 정책을 편 데서 비롯된 것이다.
저금리에다 내수 부진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돈이 몰리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다.
이처럼 카드 소비와 부동산경기 부양으로 반짝 경기를 이끌어냈던 경제관료들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시장 과열의 부작용이 속출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예전의 시장통제'로 회귀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전매가 허용된 시티파크에 청약 광풍이 몰아친 것은 당연했고 신월동에선 '시장통제' 약발이 나타난 것이다.
시티파크 '청약 대란'과 신월동의 '청약 제로'를 계기로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외국에서도 주택정책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동원하지만 주택대출 금리를 조정하는 정도에 그친다.
정부가 청약통장을 통해 국민의 아파트 매입순서까지 정해주고 경기가 나쁘면 미등기 전매도 눈감아줬다가 과열되면 마녀사냥식 투기꾼몰이를 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지금처럼 국민을 시장주체로 보지않고 동원수단으로 취급하는 정부의 주택정책은 '정책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도 전면 손질할 때가 됐다.
과거 경제개발 시대에는 도시근로자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한편 이들의 주택자금을 장기 저축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수십억원대의 초고층 아파트와 서민아파트가 공존하고 공공개발에서 뉴타운식 재개발,재건축,민간개발 등 주택공급 채널도 복잡다단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아직도 20년 전 제도를 고수하는 것은 난센스다.
시티파크 대란을 보면 부동산시장을 더욱 눌러야 하고,신월동 청약 제로 현상을 보면 부동산경기를 부양해야 하는데 이처럼 복합적인 시장 흐름과 변화에 건교부와 재경부 등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제대로 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물론 주택공급률이 1백%를 넘어선 선진국들처럼 단숨에 시장에 일임하기에는 이르지만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을 계속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제 주택정책을 해당 광역 지자체에 맡길 때가 됐다.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은 도시계획의 핵심 축이고 주택청약도 지역 여건과 지역경제 사정 등을 감안해서 지자체별 실정에 맞게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건교부가 서울 용산의 시티파크에서 부산 해운대 아파트 시장까지 관장하기보다는 서울시와 부산시에 맡기는 것이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도 부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