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기기업체인 부천의 엔터기술. 이 회사는 불과 4년 전만 해도 길거리 마케팅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던 벤처기업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번화가에 좌판을 벌려놓고 마케팅 요원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행인들을 상대로 노래방기기를 한두대씩 팔았다. 충분한 자금도 없었고 그렇다고 지명도도 높지 않아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올해 수출예상액은 4천9백만달러. 지난해의 3천2백만달러보다 53%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일본의 산요,미국의 베스트바이 서킷시티 등이 주요 거래처다. 침체된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결과다. 이 회사처럼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벤처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벤처업체들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벤처기업수는 지난 2001년말 1만1천3백92개사에서 금년 2월말 7천5백41개로 2년여 동안 33.8%나 줄었지만 수출은 오히려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무역협회와 벤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벤처기업의 수출은 7억3천3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총수출증가율(45%)을 크게 앞지른 것이다. 1월과 2월을 합친 벤처기업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41.7% 늘어난 13억2천1백만달러로 총수출증가율(38.6%)을 상회했다. 휴맥스 세원텔레콤 벨웨이브 팬택과 같은 '슈퍼벤처(대형 벤처기업)'들이 연간 수억달러씩 수출하고 있는데다 '개미벤처(중소형 벤처기업)'들이 가세하면서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시스템복구소프트웨어업체 하늘데이타(대표 이민호)는 자사의 '리커버리매직' 제품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시작,최근 미국 데토테크놀로지스사와 1천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었고 일본의 NTT와도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포항의 그린케미칼(대표 소재춘)도 지난달 미국 홈쇼핑업체에 설탕으로 만든 주방세제 '슈가버블'을 1차분으로 8천5백달러어치 수출한 데 이어 일본 홈쇼핑협력회사와 1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중소기업청과 KOTRA,벤처기업협회 등 벤처관련 정부기관과 단체들은 벤처기업들의 수출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벤처기업 수출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