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시티파크에 몰린 뭉칫돈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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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의 주상복합 시티파크 분양에 이틀동안 무려 25만여명이 몰리고 이들의 청약증거금만 7조원에 이르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선 고질적 부동산 투기열풍이 재연되는 신호가 아닌가 싶어 염려스럽고,또 극심한 불황의 와중에서 이토록 많은 뭉칫돈이 시중에 떠돌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시티파크의 경우만 놓고 보면 정부가 "부동산이 더이상 재산증식 수단이 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그동안 수없이 내놓았던 각종 투기근절 대책들이 오히려 무색하기만 하다.
물론 좋은 입지에다 분양권 전매가 허용된 마지막 물량인 탓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는 점에서 자연스런 현상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지나친 청약과열임에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전반에 만연해 있는 투기심리가 다시 표출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쳐버릴수 없다.
그러나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은 이번 시티파크 청약이 흘러넘치는 시중의 돈이 갈곳을 찾지 못하고 틈만 있으면 곧바로 투기자금화 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막대한 규모의 부동자금이 생산적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이곳 저곳 투기처를 찾아 떠돌면서 자금흐름을 왜곡시키고 경제혼란을 가중시킬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현재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무려 3백8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부동자금이 계속 갈 곳을 찾지 못한다면 끊임없이 투기자금으로 변질돼 투기광풍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고 이는 경제의 심각한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아무리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을 동원해도 불로소득을 철저히 환수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 한 투기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도 없다.
3천만원의 청약금을 내고 당첨만 되면 1억~2억원의 프리미엄을 당장 챙길수 있다는 시티파크의 경우 투기심리를 자극하는데 충분했다.
따라서 부동자금과 투기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시중 부동자금을 기업투자 및 소비,주식시장 등 생산적 부문으로 끌어들여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도록 하는 여건조성이다.
늘상 강조하지만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기업의 투자의욕을 부추기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투기에 대해서는 자금출처조사 등 일이 터질때마다 협박하는 식의 임기응변적 대응보다 불로소득의 철저한 과세기반 확충 등 일관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