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사교육비 경감방안 단기대책의 핵심인 교육방송(EBS)의 수능 TV방송 및 인터넷 강의가 열흘 뒤인 4월1일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EBS가 전국을 돌며 개최하는 설명회에 수천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는등 학생.학부모 관심은 커질 대로 커지고 있지만 강사진 구성, 교재 제작, 인터넷망정비 등 안팎으로 준비가 미흡, 시작도 하기 전에 "제대로 될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와 EBS는 뒤늦게 접속대란을 막기 위해 초.고급 과정의 TV방송 병행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학생 등 개인회원의 다운로드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료들조차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는 실제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있고, 심지어 "접속 대란을 막기 위해 학생이 개별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은 삼가달라"고 애걸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학생들은 학원을 그만둔 뒤 방과후 보충수업을 신청하며 TV와 컴퓨터 앞에 앉을태세를 갖춘 반면 정부.EBS 등 주최측은 공언한 만큼 100% 준비가 안돼 허둥대고 있는 셈. ◆동시접속자 예측도 못해 = 교육부는 수능강의 TV방송은 다음달부터 예정대로실시하고 인터넷 강의는 동시접속자 폭주에 대비해 예정에도 없던 3개월간의 시험운영기간을 거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달말까지 10만명까지 동시접속할 수 있는 서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15만명접속 시스템까지 구축하겠지만 실제 접속자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접속 대란(大亂)'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 기간 각종 문제점을 개선하고 최악의 경우 접속 불가 또는 시스템 다운 등으로 운영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면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통 당일 학생, 학부모, 일반 국민 등이 일제히 접속할 경우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고속도로를 추석이나 설 등 차량이 폭주하는 명절에 맞춰 건설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가급적 위성방송을 이용하거나 밤 10시 전후 피크타임은 피하고 각 학교도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학내망(LAN)을 통해 재배급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인터넷 전용 사이트 오픈에 임박해서야 회원가입을 허용, 오히려 동시접속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초.고급 TV방송도 새로 검토중 = 그러다 교육부는 뒤늦게 인터넷의 접속 대란을 막기 위해 인터넷으로만 서비스하기로 했던 초.고급 과정을 중급 과정을 방영할예정이던 위성케이블 TV 채널인 `EBS플러스1'으로도 방송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강사가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다는 거부감 때문에 초.고급과정을 인터넷으로만 제공하기로 했으나 단기적으로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심야시간(밤 12시~오전 6시 등)과 낮시간에 TV 방송해 학교나 가정에서 예약녹화해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접속이 폭주할 경우 EBS 서버가 다운될 가능성도 있지만 상업망 등의 속도까지 전반적으로 느려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학교에서 대형화면으로 보기에 교육부와 EBS가 제공하는 300Kbps로는 화질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 즉, 고속도로가 뚫리더라도 각 가정에서 고속도로로 통하는 골목길이 막힐 공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고급과정이 심야시간이나 낮시간에 TV로 방송하려면 예고된 방송편성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데다 중급과정 방송 횟수가 당초 2.5~3회에서 크게 줄고 이를 일일이 녹화해야 하는 또다른 번거로움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개인 다운로드 허용 여부 미결정 = 개인회원 가입자에게 동영상 강의 다운로드를 허용할 것인가 여부도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는 주장과 `새로운 수요가 생겨더 많은 문제를 낳을 것'이라는 입장이 맞붙어 결정되지 않았다. 학교는 인터넷 강의를 100% 다운로드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전용 7천500회선이 확보돼 있는 상태. 개인회원의 다운로드를 허용해야 한다는 쪽은 한 동영상 강의에 10만명 이상 동시접속자가 몰리면 서버가 다운될 위험이 있어 시간이 조금이라도 덜 걸리는 다운로드를 통해 이를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다운로드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리는데다 실시간, 즉 스트리밍(streaming)방식으로 강의를 시청할 수 있는 용량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학원이 수만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모두 다운로드 대열에 가세하면 `부적절한 수요'가 새로 창출되는 것은 물론 학생이 학부모에게 아침시간대 등에다운로드를 부탁할 경우 학부모가 `잘 몰라' 모든 강좌를 다운로드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접속자가 많을수록 좋은' EBS도 다운로드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강사진 구성도 난항 = EBS는 서울 강남 학원.고교 출신을 위주로 강사 25명과교사 25명 등 50명의 초호화 스타강사진을 구성했지만 `EBS 강의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개인 및 학원의 홍보와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느냐' 여부 등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EBS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 교육단체가 참여하는 심사위원회를 통해 지난 12일학원강사 인선을, 그리고 시.도교육청 추천과 심사위원회 심사 과정을 거쳐 16일 현직교사 선발을 사실상 마무리했었다. EBS 고석만 사장은 2월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EBS 강의 경력을 `학원시장몸값 올리기' 전략으로 쓸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출연하는 동안, 또 출연한뒤 일정 기간 사교육 현장에 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이같은 원칙이 철회된 데 이어 일부 강사와 학원이 EBS 강의를 최대한 `상술'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 이미 일부 학원은 소속 강사의 출연 계약이 끝나면 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대대적인 광고를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출연 예정 강사들도 모임을 만들어 공동 대처하고 있다. EBS 관계자는 "2~3명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막판에 바뀔 가능성도있다"며 "이르면 22일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교재도 급조 = EBS는 강의를 맡을 출연진을 선정하기에 앞서 스타강사 22명과베테랑교사 10명을 먼저 선정해 교재 집필에 들어갔으나 사실상 집필 기간이 한달도채 안돼 내용 부실 우려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일부 집필자는 "시간이 촉박해 일부 내용이 다른 참고서 등과 겹치는지 확인할겨를도 없었던 만큼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면 EBS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도적이건 우연이건 `베끼기' 등에 따른 부작용 발생을 미리 걱정하고 있는 셈이다. 또 직업탐구와 제2외국어영역 등 수험생이 별로 없는 선택과목은 물론 사회탐구및 과학탐구 일부 선택과목도 교재 집필자나 강사 등을 구하지 못해 당장 내달초 인터넷 강의 서비스 등이 어려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