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집행을 앞당기면서 올들어 두 달 남짓 동안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7조원을 차입, 차입한도(8조원)의 90% 가까이를 당겨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빚을 내 경기를 부양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세수에 차질이 생길 경우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세금수입이 재정지출 규모를 크게 밑돌면서 3월20일까지 한국은행으로부터 3조원,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4조원을 각각 긴급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차입한도 8조원(한은 차입+재정증권 발행)의 87.5%에 달하는 것이다. 지난해는 3월 말까지 전체 차입한도 5조원 가운데 2조5천억원(소진율 50%)을 사용한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2개월의 단기간 내에 충분한 세수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차입 한도를 늘리는 등의 비정상적인 재정운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정부의 단기 재정운용에 비상이 걸린 것은 경기 활성화용 예산을 대규모로 앞당겨 집행하면서 올 1~2월 중에만 26조7천억원의 재정을 지출, 지난해 같은 기간(20조9천억원)보다 5조8천억원이나 늘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부가가치세와 법인세가 이달 말까지 들어올 예정이어서 재정자금 부족 현상이 다소 완화될 것"(국고국 관계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세수진도는 더욱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자칫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수를 지난해 24조2천억원보다 2.4%(6천억원) 줄어든 23조6천억원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말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한은 차입금 1조원을 제때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이자 양곡관리특별회계를 통해 1조원을 급히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국고수표를 폐지하고 재정정보시스템(NAFIS)을 도입하면서 세출은 즉시 지출되는 반면 세입은 은행 등 국고대리점에 납부돼 정산에 2~3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법에 따라 자금의 일시적인 미스매치(miss-match)에 대처한 것일 뿐 편법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