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한 이미지의 조작 변형으로 인해 더이상 예술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이미지 변형은 카메라가 처음 개발됐던 18세기 중반때부터 있어 왔기 때문에 "사진의 종말"을 논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해외 미술계에 사진예술의 가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20년이상 사진작업을 해 온 영국의 유명한 팝 아티스트인 데이비드 호크니가 "사진은 더이상 예술이 아니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비롯됐다. 호크니는 이라크전쟁 때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의 한 사진작가가 두 이미지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어난 예를 들면서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진에는 이제 더 이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진은 램브란트의 그림에서 느끼는 포근함을 관객들에게 줄 수 없다"며 "예술 장르 중 회화에 비해 훨씬 열등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호크니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진예술계는 "너무 단순한 발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의 시티그룹이 선정하는 '사진예술상'을 수상한 조엘 스턴펠드는 "카메라 렌즈가 담을 수 있는 시야는 3백60도 중 35도에 불과하다"며 "때문에 작가는 렌즈에 담긴 세계를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영상국립미술관의 러셀 로버츠 관장은 "'스트레이트 사진'의 대표적 작가였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도 사진 현상과정에서 작가의 의도가 개입됐다"며 "사진 역사상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단언한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평면회화와 더불어 현대미술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사진의 위상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의 이학준 상무는 "사진예술이 소더비 크리스티의 현대미술품 경매에서 차지하는 거래 비중은 70∼80%에 달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미술시장의 반응은 적신호가 켜져 있는 상태다. 사진작품 가격이 앞으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했던 크리스티 경매의 로버트 맨리 현대미술 담당 부사장은 "복수로 제작되는 사진은 회화에 비해 아무래도 희소성이 떨어지는 데다 그 동안 가격이 너무 올라 몇몇 인기작가의 작품을 제외하곤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