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재테크 시장에서는 예상밖의 조용한 흐름이 유지되는 가운데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안정자산에 대한 희구심리가 오랜만에 나타나 주목된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그동안 지속돼온 재테크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더욱 심해진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재테크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리고 있는 곳은 투신사들이 판매하는 대표적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1조9천억원의 자금이 신규로 들어오면서 MMF 수탁고는 52조원에 이르렀다.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하나는 기존의 투자수단인 주식과 채권, 부동산의 수익률이 경기회복과 함께 하향 평준화 현상을 보임에 따라 재테크 생활자들이 여유자금을 투자할 만한 마땅한 재테크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올 하반기 이후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콜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향후 정국에 대한 불안심리가 가세되고 있는 것도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오랜만에 안정자산에 대한 희구심리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일반적으로 안정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과 채권관련 상품에 신규자금 유입이 갑자기 증가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주가와 채권값, 원화 가치의 변동폭이 이전보다 더욱 확대되고 있어 특히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가격변수의 하루 변동폭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최대 2배 정도 확대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국정 사상 초유의 사건임에도 불구, 불안 현상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요인을 지적할 수 있으나 고건 대행체제와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는 이헌재 경제팀의 정책 일관성 유지 및 투자자활동(IR)을 바탕으로 한 불안심리 조기 차단 노력이 주효한 결과다.


대외적으로도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시 탄핵소추와 같은 정치ㆍ사회적 요인보다도 경기 및 기업실적과 같은 경제기초 여건을 중시, 투자성향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 탄핵정국이 재테크 시장에 추가적인 영향이 미치느냐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얼마나 빨리 나오느냐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하더라도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때까지는 지금의 흐름에서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1천1백80원대까지 상승했던 원ㆍ달러 환율이 엔ㆍ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급락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외환시장은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보다는 환율변동폭이 심해지는 것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재테크 생활자들은 위험관리 면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개인 차원에서도 주거래 금융회사를 선정해 이들 회사에서 제공하는 위험관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상춘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