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시점을 놓고 여야가 총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서 유.불리 계산에 분주하다. 그러나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 어느 당도 섣불리 어느쪽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여든 야든 `총선전에 결정이 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헌재가 심리 절차 등의 문제로 `총선후 결정'으로 가닥을 잡아가는데 대해서는 "불가피한 것 아니냐"며 수긍하는 분위기다. 야권은 총선전 헌재가 노 대통령의 탄핵안을 받아들여 파면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자신들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주는 헌재 결정이 나오면 탄핵 가결에 대한 여론의 역풍은 오히려 순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최근 헌재 분위기가 `총선후 결정'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법률적 차원에서 헌재가 총선전에 판결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총선에서 탄핵문제가 계속쟁점이 되면 야당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총선 출마자도 "헌재가 파면이든 기각이든 총선전에 내려야 한다"며"기각이 돼서 노 대통령이 복귀하더라도 계속 동정표를 갖고 가는 것 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 결정이 총선전에 내려질 경우 어떤 결정이 나오든 오히려 `탄핵쟁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총선후 결정이 낫다는 견해도 있다. 더욱이 여론은 물론 법조계내에서도 탄핵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다는 점에서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야권이 총선후 결정을 은근히 기대하는 또 다른 이유라는 관측도 있다. 반대로 여권으로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총선전 헌재가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다. 노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헌법재판소가 공인 하면서 야권의 탄핵안 가결이 다수 야당의 무리수였음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후 결정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탄핵안가결이후 여론의 역풍을 4.15 총선때까지 그대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다만 이 경우에는 헌재의 심리 과정에서 불거져 나올지 모를 의외의 악재 돌출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야권이 탄핵 불가피 논리를 헌재 심리 과정에서 최대한 활용하려 들 것이고, 노 대통령의 헌재 출석 여부 및 출석시의 발언 내용 등에 따라 `역(逆)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총선-재신임 연계'를 언급한 만큼 일단 총선 민의를 통해 노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를 지켜본 뒤 헌재가 법리적 판단을 내려주는 것이 순서라는 견해도 있다.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 한다는 차원에서다. 만일 헌재가 노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는데,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했을 경우, 또는 헌재가 기각결정을 내렸는데 우리당이 선거에서 졌을 경우 헌재 결정을 둘러싼 심각한 국론분열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