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계의 좌장급 교수 두 명이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표명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정치학)와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22일 발행되는 「교수신문」에 각각 '한국민주주의는 어디에 서 있는가', '탄핵정국에 대한 고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고 탄핵 정국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최장집 교수는 "탄핵이 대통령의 문제를 반영하기보다 당내 문제와 리더십 위기에 직면한 두 야당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시켜온 헌정체제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탄핵위기로 드러난 중요한 사실은 한국의 민주주의도 이제 제도의문제로부터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게 됐다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의회가 모두 국민주권을 대표하게 되는 이런 이중대표성의 문제는 대통령중심제에 내재된 것"이라고말했다. 최교수는 "한국의 현행 헌법에서는 대통령을 견제할 초강력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면서 체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는 대통령의 권력 제한 가능성은경시됐다"며 "정당체제가 현재와 같이 보수독점적 엘리트 카르텔 구조로서의 성격을지속하는 한 파국적 정치 위기의 가능성은 일상적인 위험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최교수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새로운 면은 사법부의 역할"로서 "한국민주주의의 운명이 헌법재판소 판사들의 양식 즉 '법리적 판단'에 의존하게 됐다"는 사실에있다. 그러나 그는 이 상황이 형식.절차적 정당성을 가질지는 모르지만 실질적 정당성을 갖출 수는 없기 때문에 "서유럽의 민주주의국가들처럼 의회의 내각불신임에 대해 정부가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실시를 통해 주권자로서 국민의 의사를 물을 수 있는 제도를 갖고 있지 않은" 우리의 경우 "한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투표라는 가장직접적인 방법을 통해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현진 교수는 탄핵 정국을 맞아 "구체제 세력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끌어내고 권력 찬탈을 하기 위해 탄핵소추를 시도했다는 음모론"과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유도해 이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등에 업고 총선에서 다수당을 확보한다는 작전설"이 판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교수는 이들 "'논'과 '설'들은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높으면 도저히나올 수 없는 산법들"이라며 이는 "우리 정치가 예측가능성을 지니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비난했다. 그는 "탄핵제도의 남용은 대통령의 자격정지로 인한 국정공백과 국회의 결정을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 온 나라가 반목과 대립으로 치닫는 엄청난 정치적 비용과 대가를 수반한다"며 "친노와 반노의 견해차도 좋지만 이념과 세대의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