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공계 살리기'의 일환으로 만든 '이공계 우수 대학생 장학금(올해 6백64억원)'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 나눠 주기로 변질되면서 정작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이 장학금 혜택을 못 받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의대 한의대 등으로 몰리는 학생(고교 이과생)들을 이공대학으로 유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작년에 이 장학금 (작년 3백33억원)을 만들었으나 수혜대상을 학교 성적이나 연구 성과 등의 기준보다는 '수도권대와 지방대'로 나누고 지방대에 더 많은 금액을 배정했다. 그 결과 수도권지역의 상당수 우수 이공계생들은 "단지 수도권대학이라는 이유로 장학금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는데 반해 지방대학에선 장학금이 남아도는 실정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공과대학보다는 사범대학에 우수한 이과학생들이 몰려 있어 공대생을 제치고 수학교육학과 등 사범대생들이 장학금을 싹쓸이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외국어고, 인문계 고교 문과를 나와 이공대에 진학한 학생은 아무리 우수해도 신청조차 못하는 등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17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공계 장학금으로 배정된 3백33억원중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이 몰린 수도권대학의 학생들에게는 97억원이 지원된 반면 지방대에는 1백5억원이 집행됐다. 당초 지방대학생들에게 1백22억원이 배정됐으나 기준에 맞는 수혜자가 없어 남은 17억원은 지방 대학원생 지원금으로 돌려졌다. ◆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장학금 못 받는 우수학생 많아 =이공계 장학금 지원사업은 우수학생의 이공대 진학을 유도하기 위해 2003년부터 실시됐다. 그러나 집행과정에서 장학금이 수도권과 지방으로 5 대 5 배분되며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추경예산 25억원은 전액이 지방에 배정돼 지방대 배정액이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수리 및 과학 1,2등급인 학생에게만 지원됐으나 지방에선 수리 및 과학 성적이 3등급인 모든 학생에게 주어졌다. 특히 추경예산 편성으로 지방대 학생은 4등급까지 장학금을 받았고 결국 17억원이 남았다. 또 우수 학생이 몰린 서울대 이공대는 '특정대 배정한도(전체 예산의 10%)'라는 또 다른 '걸림돌'에 막혀 수리 및 과학 1등급 학생 3백56명이 지원대상에서 탈락됐다가 지원금이 남아돌게 된 2학기부터 뒤늦게 지원대상에 올랐다. 또 지방에 배정된 장학금은 이공대 학생보다 일반대학의 사범대 자연계열(수학교육과, 과학교육과 등) 학생들이 거의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면서 '우수학생 공과대학 유치'라는 정책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 학생불만 팽배 =우선 이 장학금의 지원대상이 '고등학교에서 자연과정을 이수한 학생'으로 제한돼 있어 외고, 인문계 고교를 나온 우수 학생은 이공대학에 진학해도 이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또 '고교 내신 수학, 과학 20∼30% 이내'라는 지원대상 기준도 비평준화 고교나 과학고를 나온 우수한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수능 성적은 수학 과학 모두 1등급으로 우수해도 내신 성적은 나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