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춘투(봄철 임금협상)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분규 없이 마무리되고 있다. 일본 노동계의 임금협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동차 전기 등 5대 산별노조의 경영자측은 17일 노조측이 제안한 협상안을 대부분 수용하는 답신을 보냈다. 이에 따라 올 춘투도 조용히 넘어가게 됐다. 대기업들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노조측에서 자발적으로 기본급을 동결하고 보너스 성격의 일시금 인상안을 제시한 게 올 춘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측도 노조측의 요구안을 전폭 수용,노사합의로 협상을 타결해 회사 발전을 위해 힘을 합치게 됐다. ◆성과주의 뿌리내려=구조조정과 세계경기 회복 영향으로 실적이 크게 좋아졌으나 기본급을 인상한 대기업은 거의 없다. 대신 보너스 지급액을 예년보다 늘리고 개인별 실적에 따라 일시금을 차별화하는 기업들이 많이 늘어났다. 성과주의 제도가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지속돼온 가족수당 주택수당 등 각종 수당을 없애는 기업도 늘고 있다. 미국식 경영제도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소니의 경우 4월부터 부양가족 수당과 주택수당을 완전 철폐키로 했다. 가와사키중공업 등의 노사도 연내에 수당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노사 양보문화 정착=도요타 닛산 등 자동차업체 노사는 모두 한발씩 양보,무분규로 협상을 타결지었다. 글로벌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잘나갈 때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올 협상에서 가장 초점이 된 닛산의 경우,노조가 회사경영 상태를 감안해 6개월분 일시금 지급이라는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자 경영진도 두말없이 이를 수용했다. 혼다도 경영진과 노조가 서로 체면을 살려주는 선에서 일시금 지급액을 조금씩 양보했다. 경영진은 노조의 6.6개월분 일시금 요구에 대해 6.5개월분을 제시했고,타협 끝에 중간선인 6.55개월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도요타 마쓰다 미쓰비시자동차도 노사합의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