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불만은 있지만 그렇다고 탄핵까지 갈 만큼의 사유는 아니지 않는가 하는 이유에서인 것 같다. 문제는 이를 둘러싼 찬·반 시민단체가 촛불 시위와 규탄 집회를 여는 등 감성적·전투적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근대 이후 자유주의 국가 제도가 시민의 이성에 기초해 세워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헌법질서에 따른 이성적인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 이와 관련하여,먼저 이번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합헌성이 없다는 견해가 있으나 이는 우리 헌법의 탄핵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비판이라고 본다.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권한과 그 성격이 다르다.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의 재판적 권한에 가깝다면, 탄핵 소추는 국회의 대정부 견제권에 가깝다. 따라서 국회의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되는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기준보다 넓게 해석해야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미 1996년 2월9일 "헌법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국회의 재량행위임을 명문으로 밝히고 있고, 헌법 해석상으로도 국정통제를 위해 헌법상 국회에 인정된 다양한 권한 중 어떠한 것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권은 오로지 국회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는 민사 및 형사 소송 등의 각 재판절차를 적용하는 등 재판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또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을 고려할 때, 이번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의 사유가 궁극적으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인용될 만큼 헌법이나 법률 위반성에 긴장도가 있는 사건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헌법이 탄핵을 요구하는 자와 심판하는 자를 분리하여,국회에 대의정치적 입장에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자유로운 재량으로 부여했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국회가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등의 사유를 들어 탄핵소추를 발의하고 이를 의결시킨 것을 위헌·위법이라며 비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이 대선자금 수사가 만 1년을 넘어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고 제17대 4·15 국회의원 총선까지 가야 하는 헌정의 현실에서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문제는 나름대로 이유있는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수 있다. 정치자금 비리에 관련하여 국민에게 진심으로 참회하지 않는 국회를 필자 역시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이번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의 과정은 그것과는 별개로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 우리 헌법상의 탄핵소추권은 탄핵대상자의 행위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법률'이 아니라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에,그리고 '위반'이 아니라 '위배'한 경우에 주어진 일반적·포괄적 권한이다. 탄핵사유를 반역죄 수뢰죄 배임죄 독직죄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나라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독일 프랑스와 같은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기타 탄핵대상자를 구별해 대통령에 대해서는 헌법위반 또는 반역죄 등으로 탄핵사유를 한정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과도 다르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면 대통령 외에 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 각부의 장, 나아가 검찰총장 등 법률이 정한 공무원 등에 대한 탄핵소추 역시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는 대통령의 특별사면시 국회의 의견을 구하도록 한 사면법 개정안을 국회로 환부해 재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국회의 본질적 권한인 법률안 제정권을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마치 탄핵소추권 발의에 의해 대통령의 권한수행이 정지되 듯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국회의 탄핵소추권 역시 이에 상응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번 국회의 탄핵소추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며 법절차를 통한 합헌적 행위로 헌정의 공백을 야기한 것이 아니다. 탄핵소추의 타당성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몫으로 남겨져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