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소주가 53년 만에 전통의 청주(니혼슈)를 제치고 가장 많이 팔리는 술로 자리잡았다. 일본 국세청은 10일 지난 한해 소주 판매량이 전년 대비 9.1% 증가한 95만㎘에 달한 반면 청주는 5.7% 감소한 85만6천㎘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소주 출고량이 청주를 앞지른 것은 원료인 쌀 부족사태로 청주 생산이 급감했던 1950년 이후 처음이다. 청주는 70년대 전반 한해 1백70만㎘ 소비되며 절정기를 맞았으나,젊은층 등으로부터 외면당하면서 판매가 줄기 시작했다. 특히 고급주가 잘 팔렸던 80년대에는 알코올을 섞지 않고 순쌀과 누룩으로 빚는 '음양주'가 붐을 일으켰으나 대세를 역전시키기에는 실패했다. 반면 소주는 80년대부터 젊은층과 특히 여성층을 중심으로 '숙취가 없는 깨끗한 술'로 인기를 모으면서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대형 양조업체들이 잇따라 소주생산에 뛰어들면서 시장규모가 15년 전에 비해 두배 이상 커졌고 수입주종인 와인을 대신한 '연한 술'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여기에는 독특한 주정과 지역특성을 살린 소주 신제품 개발도 주효했지만,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우롱차에 소주를 타 마시는 등 건강을 강조한 각종 '미즈와리'(칵테일) 기법이 젊은층을 사로잡은 것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우종근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