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1일 오후 본회의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안 표결처리 방침을 재확인하며 실행전략 마련에 들어간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본회의장 농성을 계속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어 여의도가 일촉즉발의 준전시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탄핵안 가결 이후 지도부를 중심으로 탄핵안 반대 및 유보 의사를 밝힌 의원들에 대한 집중 설득에 들어가 탄핵안 가결선인 181석을 확보했다고 자신하며 열린우리당의 저지선 돌파를 위한 복안마련에 치중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이날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안 발의 이후 사흘째 농성을 계속하면서 "정권 전복을 위한 쿠데타적 음모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탄핵안 표결 원천봉쇄를 다짐했다. ◇한나라당 = "탄핵안 처리에 있어서 당론을 따르지 않고 거부할 경우 출당 및 공천박탈 등 강경대응하겠다"(최병렬.崔秉烈 대표) "어제 오후 8시부로 노 대통령은 사실상 탄핵됐다. 목숨을 걸고 하겠다"(홍사덕.洪思德 총무) 탄핵안 처리 예정일 아침 한나라당 지도부들은 강경 일색이었다. 9일 탄핵안 발의 시점까지만 해도 당내에는 표결 결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았지만 갈수록 탄핵안 찬성 의원수가 늘면서 분위기가 완전 역전된 것이다. 지도부와 시.도별 중진, 상임위원장단을 중심으로 탄핵안에 대해 반대 및 유보적 입장을 표명한 의원들을 상대로 집중 설득을 벌인 결과 탄핵가결선을 확보했다는 지도부의 자체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탄핵안 발의에 반대하던 소장파 의원 6명이 `노 대통령 사과않을시 탄핵동참' 의사를 밝힌 것도 지도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당초 서명에 참여한 108명 이외에 추가 설득을 벌인 결과 오늘 오전까지 한나라당에서만 129명을 확보했으며 지도부의 설득에 따라 최소한 2-3명이 추가로 동참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과 자민련, 무소속 의원들을 포함할 경우 최대한 188명이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오전 상임운영위원회의와 오후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표단속과 열린우리당의 본회의 저지선 돌파전략 마련에 부심했다. 이날 낮에는 상임위별로 별도 오찬모임을 갖고 탄핵강행처리 의사를 재확인했다. 최병렬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나 유감표명을 할 경우의 방침에 대해서도 "거기에 대한 판단은 당 지휘부가 할 것이다. 의원들이 개인적 판단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고 강경론을 고수했다. 홍 총무는 열린우리당의 저지방침과 관련, "오후 2시부터는 어떻게 하는지 보게 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국회 문을 닫아걸면 그냥있지 않을 것이다. 무솔리니도 국회에 못질한다고 협박한 적은 있어도 그 조차 문을 닫은 적 없다. 히틀러가 불지른 것 뿐"이라고 격앙했다. 특히 그는 경호권 발동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에 대해 "국회의장이 해결하지 못하면 국회 수장으로서의 직위를 당장 버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의화(鄭義和) 수석부총무도 "최대한 인내하되 열린우리당이 물리적으로 막는다고 무조건 당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전략을 마련해 놓았다"고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민주당 = 민주당 지도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의원들의 찬반 입장을 재점검한 결과 가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를 넘었다며 "정치적으로는 탄핵이 이뤄진 것이며 표결 절차만 남았을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내부 점검 결과 탄핵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11명의 의원 가운데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 설훈(薛勳) 박종완(朴鍾浣) 김기재(金杞載) 의원을 제외하고 상당수 의원들이 찬성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탄핵안이 발의된 상태에서 민주당으로서는 표결을 통해 가결시키지 않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고, 부결되거나 표결이 무산될 경우 당의 존립 자체에 타격을 입게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수개월간 경고했고, 발의단계에서도 3일간 여유를 주며 호소했는데도 묵살하다가 표결 당일에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자세"라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노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알선수재에 대한 불구속처리,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와 노 대통령에 대한 수사 미착수, 신계륜 의원의 굿머니 불법자금 수수 등 3가지 사건을 들며 "이것 또한 탄핵요건"이라고 말했다.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은 "언론에서는 탄핵에 부정적 여론이 많은 것처럼 보도하지만, 어제 1만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65%, 책임질 필요가 없다가 23%였고, 탄핵이 필요하다가 50.7%, 필요치 않다가 41.4%로 나타났다"며 "탄핵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전국적으로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김성재(金聖在) 총선기획단장은 "중세시대에 가톨릭교회가 판 면죄부의 값은 서민과 귀족이 다른데, 황제는 면죄부가 없고 파면뿐"이라며 "특검에서 삼성이 취임식 전날 22억원을 조성한 점을 조사중인데, 이후 삼성이 총무비서관이던 최도술씨한테 건설공사 수주를 부탁한 것은 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는 "제조업이 공동화됐고 IT산업도 공동화되기 시작했으며 PDP기술까지 중국에 넘어갔다"며 "경제를 운영할 자격이 없는 것이고 이것만으로도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본회의 점거농성 및 표결저지를 `국회 노사모의 국회 점거'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김영환(金榮煥) 상임중앙위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분당하고 나갈 때 표결로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는데, 탄핵표결을 몸으로 막는 일은 명분이 없다"며 "정정당당 노무현이라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몸으로 막지 말고 결과를 수용하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경재(金景梓) 상임중앙위원은 "열린우리당의 국회농성은 친위조직을 이용한 노 대통령의 국회 점령"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은 오후 본회의 시작전 박관용(朴寬用)의장을 방문, 본회의 사회를 보지 말 것과 경호권 요청을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이어 본회의가 시작되면 당내 유일한 여성의원인 김희선(金希宣) 의원을 의장석에 앉히고, 주변을 의원들이 스크럼을 짜 다른당 의원들의 접근을 막기로 했다. 지난 2002년 3월 개정된 국회법 116조에 따라 의결할때에는 의장이 표결할 안건의 제목을 `의장석'에서 선포해야 하기 때문에 탄핵안 표결시한인 12일 오후 6시27분까지 의장석만 원천봉쇄하면 탄핵안을 자동 폐기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희선 의원은 "탄핵안을 표결하려는 것은 정권찬탈음모이고 합법을 가장한 쿠데타이기 때문이 이 한몸 바쳐 기필코 표결을 저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유시민(柳時敏) 의원은 "위기의식이라는 말로도 부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만큼 한분도 빠짐없이 모여서 우리가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표결을 막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표결이 이뤄질 경우에 대비해 탄핵안에 부정적인 야당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접촉을 강화하고, 탄핵안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전도 병행했다. 원내행정실 관계자는 "탄핵안에 서명하지 않았던 한나라당 소장파 및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평소 교류가 잦은 우리당 의원들이 전화 등을 통해 `소신'을 계속 지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기남(鄭基南)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 최병렬,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더 이상 국민의 뒤에 숨어 갖은 음모를 획책하지 말아야한다"며 "진정으로 탄핵발의에 대해 소신과 명분이 있다면 정동영 의장이 제안한 TV공개 토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맹찬형 전승현 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