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사돈 민경찬씨의 '6백53억원 펀드모금 의혹'이 병원사업의 잇따른 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개인병원장 민씨가 재기를 위해 벌인 '1인 사기극'으로 드러나면서 중소병원들의 경영난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작년에 전국 병원 10개중 하나꼴로 부도를 냈고 이중 대부분이 불황과 종합병원의 공세, 신규개업(작년 7백79개) 과당경쟁 등 3중고에 내몰린 중소병원일 정도로 개인병원의 경영은 최악의 상황이다. 민경찬씨의 사기극도 민씨가 잇따른 개인병원 개업에 실패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0일 "민씨는 의대졸업 후 96년 부산시 부산진구에서 의원 개업을 시작으로 모두 다섯차례에 걸쳐 병원, 인터넷병원 등을 개업했으나 종합병원의 공세와 불황 등으로 번번이 문을 닫아야 했고 1백30억원대의 빚을 지게 되자 이를 만회하려다 사기극을 벌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검측은 "의사에 대한 금융기관을 비롯한 사회적인 신뢰 및 평가가 높은 것을 이용해 '병원장'이라는 명함만으로 펀드를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씨는 수차례의 개업실패에 따른 손실을 단번에 만회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에서 종합병원 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6백50억원대의 투자금 유치' 목표를 세우고 모금에 착수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아 사기극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 지난해 병원 부도율 10% 넘을 듯 =서울 A대 병원 외과과장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5월 고향인 대구에 중소병원을 차린 이태형씨(가명ㆍ58)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은행 등 대출기관으로부터 1백여억원을 빌려 5층짜리 건물과 의료기계를 장만, 내과 외과 정형외과 소아과 마취과 방사선과 전문병원을 차렸지만 불과 6개월 만에 5억원 규모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내고 말았다. 이씨는 낮에 진료하고 밤에 당직을 서며 부도를 버티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은행대출에 공동명의로 참여한 아들 봉급마저 나오는 족족 채권은행에 의해 차압당했다. 이씨는 지난 3일 최종 부도를 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재작년 9.5%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병원 도산율이 지난해 1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도 다시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병원 도산율은 99년 6.5%, 2000년 7.4%, 2001년 8.9% 등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진로 고민하는 의사들 =서울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는 장성렬씨(가명ㆍ34)는 오는 4월 군제대를 앞두고 개업을 준비하다 종합병원에서 월급의사로 일하기로 진로를 바꿨다. 장씨는 수도권에 병ㆍ의원이 집중되는 만큼 고향인 충청도 군단위로 개업할 곳을 찾기 위해 시장조사에 나갔으나 이미 들어선 2∼3개의 의원이나 중소형 병원들이 대부분 폐업상태인 것을 확인하고 개업 계획을 접었다. 군의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전문의 조성형씨(가명ㆍ29)는 작년부터 미국 의사고시(USMLE)를 준비하고 있다. 시험에 소요되는 비용이 1천만원을 웃돌 정도지만 개업한 선배들이 경영난으로 판판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미국병원 취업' 대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혜수ㆍ임상택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