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은 어릴적부터 병약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제자나 가족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면 자신이 병을 앓고 있음을 얘기하는 내용들이 많다. 퇴계가 쓴 '활인심방(活人心方)'은 이러한 그의 건강과 무관치 않은데 음식조절,적당한 운동,즐거운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 소리를 통한 건강장수법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취-'하는 소리는 신장을,'훠-'하는 소리는 심장을,'휴-'하는 소리는 간을 튼튼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꿈이다. 60세 환갑잔치를 하던 시절에 비하면 평균수명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길어졌는데도,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이제는 수명의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왔던 '건강 백세'를 향해 달리고 있다. 1백세 이상의 노인들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것만 봐도 이 나이가 꿈만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장수비결은 무엇일까. 엊그제 원광대 김종인 교수팀이 '1백세 이상 노인의 장수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장수노인들은 자주 웃으면서 스트레스가 없는 낙천적인 성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웃으면 엔돌핀이나 행복호르몬이 많이 나와 오래 산다는 말이 입증된 셈이다. 이들은 또 소식과 채식을 주로 하면서 된장국을 매일 먹고 허리둘레는 31인치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곧 수명은 유전적이기 보다는 생활습관을 바꿔 후천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얘기와도 통한다. 서울대 노화연구센터는 얼마전 9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이 장수를 좌우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장수에 관한 여러 의학적인 연구와 비방(秘方) 등이 공개되고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최상책은 마음을 다스리는 게 아닌가 싶다. 퇴계는 병을 얻어 치료책을 묻는 한 제자에게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먼저 세상의 출세와 영욕, 그리고 이해득실 등의 일체를 마음에 두지 말아야 한다. 이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이미 병은 다 나은 것이다"라고 서신을 보냈다. 각박한 경쟁사회에서 좋은 일만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행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