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세계적인 음료회사 코카 콜라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더글러스 대프트가 사임 계획을 발표했을 때 회사내 2인자인 스티븐 헤이어 사장이 당연히 그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았다. 외부에서 CEO를 영입한 적이 없는 코카 콜라의 역사를 감안하면 당연한 추측이었다. 하지만 코카 콜라는 대프트 CEO의 후임을 외부에서 찾고 있다. 2인자인 헤이어 사장이 독단적이고 거칠어 총수로선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 때문이다. 헤이어는 1인자가 되기 위해 외부 인사와 경합을 벌여야 할 판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9일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이사회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바람직한 기업 총수의 상이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코카 콜라의 헤이어 사장처럼 독선적이라는 평을 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권한을 아래로 위임하고 아랫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며 그들의 아이디어를 잘 수용해주는 CEO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얼마전 주주들의 압력에 못이겨 회장 자리를 내놓고 CEO로만 남기로 한 월트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도 독선적이고 제왕적인 총수의 전형이다. 그는 부하 직원들을 깔아뭉개고 전임자들을 난쟁이로 비하하면서 1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자신의 일이 아닌 양 개의치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61세인 아이스너 세대의 기업 총수들은 자신들이 모든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제주의적 리더였다며 이제 그들의 시대가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의 CEO인 켄 프리먼은 "리더는 기업 이익을 자기 이익보다 중시해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기업이 변화의 바람을 수용할 수 있도록 경영승계 시스템을 확고하게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