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아이티 대통령이 8일 첫 공개석상에 나타나 자신은 여전히 아이티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일주일간 임시대통령을 맡아온 보니파스 알렉상드르 대법원장은 임시 지도자로 공식취임했다. 한편 미국 해병대는 전날 시위과정에서 발생한 발포에 응사해 총기휴대자1명이 피격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망명후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이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은 임시 망명지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의 외무부 청사에서 기자들과중아공 관리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은 "나는 선출된 대통령이고 지금도 그러한 상태로 남아있다. 헌정 질서를 되찾아줄 것을 나를 뽑아준 국민의 이름으로 간청한다"면서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평화롭게 저항"에 나서달라고 아이티 국민에게 요구했다.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은 이어 "그 동안 아이티에서 5천명 넘는 사망자를 초래한,똑같은 살인자들과 똑같은 범죄자들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용돼 나라를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는 지는 설명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하고, 자신은 `정치적납치'의 희생자이며 미국이 프랑스와 공모해 쿠데타를 배후조종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은 "정치적 납치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면서 "우리는 비행기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4시간여 중간 기착하는 동안 우리가 어디 있는 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근거를 들었다. 이날 알렉상드르 대법원장의 임시대통령 공식 취임식이 열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대통령궁 인근에서 아리스티드 지지자들은 "아리스티드가 아니면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또 미국 해병대를 비롯한 다국적 임시군이 사령부를 설치한 공항 인근에서조차 수백명이 가게를 약탈하는 행위가 다시 자행됐다. 알렉상드르 대법원장은 미군의 호위 아래 대통령궁에서 거행된 취임식에서 아이티 헌법에 따라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한다고 선서했다. 알렉상드르 임시대통령은 "우리는 모두 형제 자매"라면서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탔으며 배가 가라앉으면 우리 함께 모두 가라앉게 된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아리스티드 지지세력의 시위는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다. 전날 1만명 규모로 이뤄진 아리스티드 반대세력의 시위 과정에서 지지세력의 발포로 발생한 사망자수는 밤새 부상자 1명이 추가로 숨져 모두 7명으로 늘었다. 특히 미국 해병대는 총을 갖고 해병을 향해 총격을 가한 아이티인 1명이 미군의응사로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미군의 응사로 사망한 자의 시신은 아직 찾지 못했으며 신원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반군 지도자 기 필립 전 경찰서장은 다국적군이 아리스티드 추종 무장세력을 무장해제하지 않으면 "나의 수하 조직원들에게 다시 뭉쳐 무기를 들라고 하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필립 전 서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히고 "미국인들이 여기왜 왔는가. 탱크나 비행기로는 아이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는 아이티가 해결해야할 아이티 문제"라고 처음으로 미군 파병을 비난했다. 이날 시위를 벌인 베르트랑 엑실뤼(32.재봉사) 씨도 "미국인들이 한 것은 위선"이라며 "우리는 아리스티드를 뽑았지 알렉상드르 대법원장을 뽑지 않았으며, 조지부시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유엔 대표단이 아이티 평화유지군 파견을 위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아이티로 출발했다고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날 서명을 통해 유혈사태가 재연한 데 대해 비난하고 "통제되지 않는 세력"을 즉각 무장해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스페인의 `안테나 3' TV 방송 직원 500여명은 자사의 리카르도 오르테가 기자가 아이티 시위사태 취재 도중 사망한 데 대해 이날 마드리드 본사에서 집회를 열고 열악한 취재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해 37세인 오르테가 기자는 체첸과 이라크에서 많은 취재활동을 하는 등 분쟁사건 보도로 정평이 난 언론인으로알려졌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