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화섬의 공장가동 중단은 안정된 기업으로 분류되던 업체마저 공급과잉의 희생양이 됐다는 점에서 화섬업계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워크아웃기업과의 출혈 경쟁이 드디어 정상 기업의 공장마저 세우는 사태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대한화섬은 태광산업 계열로 '그나마 우량한 화섬기업'이라는 소리를 들어왔으나 중국 및 워크아웃기업과의 덤핑 경쟁에 말려들면서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끝없이 오르는 원료값이 공장가동 중단의 뇌관 역할을 했다. ◆ 우량기업 발목잡는 부실기업 화섬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화섬업체 14곳중 절반에 가까운 6개사가 워크아웃과 화의에 들어가 채권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기능을 잃은지 이미 오래다. 정상기업들은 싼 이자로 섬유를 만들어낸 부실기업들이 가격인하에 나서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효성 코오롱 등 대형업체들은 줄곧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돼 경쟁력이 없는 회사들은 퇴출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화섬업체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들은 시장에서 정상판매가보다 10% 이상 물건을 싸게 팔고 있다"며 "정상업체들까지 시장가격을 따라가느라 이익을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워크아웃 기업들은 박리다매를 노리고 원자재를 계속 사가는 바람에 원자재값이 오르는 데도 일정 원인을 제공했다는게 화섬업계의 분석이다. ◆ 계속되는 중국의 저가공세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업체들이 저렴한 인건비 등을 내세워 세계 화섬시장에서 저가공세를 펼치는 것도 한국 화섬업계들에는 골칫거리다. 더이상 한국의 화섬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국내 화섬업계는 "중국은 중국, 우리는 우리"라며 고부가가치제품 개발보다는 밀어내기식 경쟁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가 내년부터 '쿼터제'라는 보호막을 없애기로 해 한국 화섬산업은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할 위기에 놓여 있다. 현대증권 임정훈 애널리스트는 "화섬업계가 지금부터라도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과감한 기업인수합병(M&A)이나 업종변경을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공비행하는 원자재값 화섬원료인 TPA(테레프탈산), EG(에틸렌글리콜) 등의 가격상승은 지난해부터 화섬업계의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원료값이 마침내 저마진으로 버텨온 회사들에 '가동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셈이다. 지난해 TPA 가격은 t당 5백76달러였으나 2월말 현재 가격은 7백달러로 20%이상 올랐다. 화섬업체들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