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납품관행 변화..계열사부품 속속 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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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자부품업체들에 "계열사 프리미엄은 더 이상 기대하지 말라,대만 업체를 경계하라"는 비상령이 떨어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대기업 계열 전자부품업체들이 세트업체의 원가인하 및 품질향상 압력으로 사실상 '계열사 프리미엄'을 잃고 있다.
게다가 대만 업체들이 일본 업체에 이어 새로운 경쟁자로 급부상하면서 전자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경기도청의 LCD(액정표시장치) 첨단산업 투자유치 현장에서 "부품 가격 인하와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계열사 위주의 구매관행에서 벗어나 외국 동일 업종 생산업체와의 경쟁을 통해 관련 부품을 납품받겠다"고 밝혔다.
더 이상 계열사 프리미엄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LCD뿐 아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3∼6개월에 한번씩 열리는 삼성전자 부품 공개경쟁 입찰에서 일본 업체들과 벌이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며 "'마른 수건을 다시 짠다'는 각오로 공급단가를 낮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일본 특정 업체를 골라 비밀준수약정을 맺고 자사의 신제품 출시 일정을 건네주면서 이에 맞춰 부품을 개발,생산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LG이노텍도 같은 계열사인 LG전자를 든든한 버팀목으로 삼아 계열사 프리미엄을 누리기가 어렵게 됐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LG이노텍을 방문,"납품 물량은 얼마든지 보장해줄 수 있지만 LG전자가 원하는 가격과 품질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업체들의 급부상은 전자부품업체들에 또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30∼40명의 부품구매 담당자를 대만에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산 부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라며 "MLCC(적층세라믹 콘덴서) 등 대부분의 전자부품에서 대만 업체들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자부품업체들은 국내 전자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부품산업의 '동반 성장'이 필수적인데 세트업체의 원가절감 노력에 맞추다 보면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너무 낮아져 신제품 개발 등에 투자할 여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