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치인에 대한 직접 수사를 4·15총선 때까지 보류키로 하고 기업인에 대해서도 불구속 수사와 처벌범위 최소화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삼성 현대차 동부 부영 등 4개 대기업에 대해선 총선 일정과 관계없이 수사를 계속키로 했다. 검찰이 "기업들은 대부분 정치권의 요구에 응해 자금을 제공한 것"이라고 밝힌 것은 기업은 피해자의 입장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업인 불구속수사와 처벌 최소화 원칙을 정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에 대해서이긴 해도 수사를 계속키로 한 것이 과연 어려운 경제상황을 충분히 감안한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업계에서는 '총선 일정과 관계없이' 수사한다는 것은 곧 수사가 기약도 없이 이어질 것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5개월 동안이나 이어진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지칠대로 지친 기업들로선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기업에 대한 수사가 지나치게 오래 계속되면 경제에 도움될 것이 전혀 없다.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비리 혐의로 불려다니는데 기업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고 경제회복이 순탄하게 이뤄질 리도 만무하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고 분식회계 의혹으로 대외 이미지가 악화되는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경제 형편은 말이 아니다.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3%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실업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판이다. 겨우 수출 하나에 기대어 간신히 지탱해가는 것이 우리경제의 현실이다. 거듭 말하지만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수사를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짓고 경영 의욕을 부추기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인 불구속 수사와 처벌범위 최소화 약속이 반드시 행동으로 지켜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