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대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운 건설교통부 등 정부 부처가 이번엔 "옥상옥"의 성격이 짙은 재난대응기구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해 또다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폭설대란이 "기구"나 "대책부서" 등 하드웨어의 부재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기존 시스템의 효율적인 활용이나 재난에 대처하는 공무원 의식 부족이 더 큰 원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기능의 재난기구를 만든다는 발상은 "전시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옥상옥 '기구' 설치=건교부는 8일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재난체계구축기획단'을 이달말까지 설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획단을 통해 현지조사와 모의훈련 등을 실시해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분석을 하고 4월말까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폭설 등의 비상사태로 고립된 차량들을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에 역주행차로제를 운영하고 휴게소 뒷면에 비상로를 설치키로 했다. 고속도로 재해와 관련,단계별 행동요령 등의 '재해대응매뉴얼'을 대폭 정비하고 정부 부처내 적기 지원을 위한 유관기관과의 연계체계도 재정립키로 했다. 그러나 건교부가 설치키로 한 재난기획단은 오는 5월 출범할 소방방재청과 기능이 상당 부분 중복돼 옥상옥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 구체적인 업무분장이나 구성방법 등도 불명확한데다 방재청과의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 또 재해대응 매뉴얼 정비나 유관기관과의 연계체계 재정립 등은 재해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라는 지적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폭설대란은 시스템이나 기구가 없어 발생한 게 아니라 재난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방식 등이 가장 큰 원인이었는데도 또다시 기구설치 운운하는 것을 보면 정부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밥그릇' 싸움까지=행자부는 향후 재해복구에 군사작전 개념을 도입키로 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건교부와 산림청 등이 갖고 있는 도로사고 산불진화 등을 행자부로 일원화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행자부는 "이번 고속도로 고립사태에서 보듯이 사고 주변 지자체나 건교부 도로공사 등 관련기관이 행정적으로 접근해 유기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다"며 "관련 기관들을 모두 동원해 대응하는 돌파식 지원이 필요한 만큼 재해복구에 작전개념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행자부의 이같은 방침은 그러나 도로·철도 사고는 건교부,산불은 산림청,해양사고와 적조 등은 해양수산부 등 재난의 성격에 따라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복구체제를 행자부로 일원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오는 5월 소방방재청이 신설되더라도 소방 이외의 기능은 관련 부처에서 따로 갖고 있어 재해복구가 사실상 쉽지 않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박기호·김후진 기자 khpark@hankyung.com